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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쥐약, घरमा मुसा मार्ने औषधी हालेपछि मुसा खतम भए

by 발비(發飛) 2017. 8. 16.

나의 생각을 쫓아본 지가 얼마나 되었을까? 

오래되었다. 

언젠가의 나는 내 생각이 궁금해서 자판 위에 손을 올리고 정신줄을 놓으면, 손이 알아서 무슨 말이든 했다. 

찬찬히 그 말을 되새기면서 읽다 보면, 나 자신이 알아채지 못한 내 생각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자존이라고 할까? 하는 마음을 놓지 않고 살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좀 다르다. 


1. 쥐약

쥐약은 꽤 오래 전부터 쓴 카톡 내 프로필 텍스트다. 

사람들이 물었다. "무슨 뜻이야?" 

나는 대답한다. "몰라. 그 순간 떠오른 단어야. 뭔가 맞는 것 같아." 

예전 같으면 사람들보다 내가 더 궁금했을 것이다. 

나는 왜 쥐약을 떠올렸을까?

쥐약이 왜 여전히 내게 유효한가?

궁금하면 이렇게 자판 위에 손을 올려놓고 계속 주절거렸어야 존재하는 나이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여기에 있다. 

나는 쥐약에 대해 말하지도 생각하지도 않은 채 몇 달을 살고 있다. 

내가 있고, 없고는 삶에 별 의미가 없었다. 변화가 없다는 말이다. 


오늘 아침 이 사진을 보았다. 


헤나를 한 손바닥이다. 

이 손바닥을 보는데 갑자기 쥐약이 또 생각났다. 그래서 네이버 어학사전을 찾았다. 


한국어 사전에는,  

1. 쥐를 죽이는 데에 쓰는 독약. 황린(黃燐), 아비소산, 탈륨, 바륨 따위의 무기 염류를 쓴다. 
2. 어떤 사람에게 결정적인 약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쭉 내려가면서 각 나라의 쥐약들이 나왔는데, 

마지막 즈음에 네팔어(아마 힌디어)에 예문이 뜬다. 


घरमा मुसा मार्ने औषधी हालेपछि मुसा खतम भए

'집에 쥐약을 놓은 후 쥐가 죽었다.'


이 말 중에 어느 것이 '쥐약'인지 알 수는 없다. 

मुसा 단어가 두 번 나오는데, 이것이 '쥐'가 아닐까? 

मुसा मार्ने 이건 쥐약? 


'집에 쥐약을 놓은 후 쥐가 죽었다.' 

이 말이 혹 그들의 속담 혹은 잠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구글에 돌려보았지만 뭔가 찾을 수는 없었다. 

그냥 초딩 수준의 예문인 것으로 마무리한다. 


하지만...., 

나는 이 말이 내 '쥐약'의 단초가 될만하다고 생각한다. 

저 손바닥에 알 수 없는 무늬, 빈틈없이 꽉 찬 것.

집에 쥐약을 놓으면 쥐는 죽는다. 


나는 '쥐약'에 대해 여기서 일단 멈춘다. 

그리고 저 힌디어를 복사해서 카톡 프로필에 이어 붙였다. 

또 몇 달이 지난 뒤, 어떻게 되었나 보려고 말이다. 


-잠시 딴 소리


여행 중에 김치를 담가먹었다. 

네팔 포카라에는 지금도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여행자 사이에 홍금보 식당( 이 식당 주인이 홍금보처럼 생겼다)에는 김치가 있었다. 

주인은 티벳 유민이었고, 그래서 메뉴도 당연히 티벳 음식과 네팔 음식이 섞인 것들이었다. 

그런데, 김치가 있었다. 

한국 여행자에게 담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그의 김치 담는 법: 통에 씻은 배추를 잘라서 한 켜 놓는다-> 소금과 마늘, 고춧가루를 차례로 뿌린다 -> 다시 배추를 한 켜 넣는다. -> 소금, 마늘, 고춧가루를 뿌린다(반복) -> 한 달 정도를 열지 않고 둔다 -> 꺼내 먹는다. 


동치미 맛이 나는 김치로 볶음우동과 같이 먹으면 맛있다. 

나는 파키스탄 훈자에 보름 정도 머물면서 같은 방식으로 김치를 담아 돼지 기름이 든 중국 라면과 함께 먹었다. 

이 김치의 핵심은 배추, 마늘, 고춧가루, 소금이 지들끼리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는 것에 있었다. 

나는 가만히 있는 것이 중요했다. 


-잠시 딴소리 끝!



몇 달 뒤에 '집에 쥐약을 놓은 후 쥐가 죽었다'에 관한 내 생각도 일단 더 파지 않고 덮기로 했다는 말을 하려고. 


물론 타이밍이 필요하겠지. 

영원히 잊혀지기도 하니까.


'쥐약'이 여전히 나를 강하게 끌어당긴다. 


내가 죽이고 싶은 것. 

누군가 나를 죽이려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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