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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휴가기념...주절주절

by 발비(發飛) 2007. 8. 1.

휴가다.

 

맨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이 거리에 놓인 테이블에서 시원한 맥주를 한 잔 마시는 것이다.

여유다.

여유가 없었다.

그것도 못하는 인생이 되어버렸는지...

 

내일이라는 부담없이 오늘이라는 날을 살 수 있는 것. 이것이 나의 휴가의 의미이다.

오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것.

내일이 없는 것이 내 휴가의 의미이다.

 

 

밤새 잠을 안 자고 온갖 짓을 다 해도 내일이 걱정이 되지 않는 것.

한 잔 쯤 마셔도 다음날 올 두통에 대해 미리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것.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난 내일을 준비할 필요가 없는 날이므로 특별한 날이고 싶었다.

 

선약이 있던 것이 깨지고....

내일 약속이 있던 것으로 오늘로 당기려했으나 그것도 그냥 내일 보기로 하고...

즉석 호출을 준비하였으나 오늘은 것도 안된다.

할 수 없다.

그냥 집....

 

휴가인데 특별하고 싶다.

 

오래 전에 페인트를 사두었던 것을 꺼냈다.

말이 휴가 시작이지 밤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인데...

문틀마다 테이핑을 하고,

사포질이 하기 싫어 젯소를 바르고 또 바르고 또 바르고.. 아마 문마다 4번을 발랐을 것이다. 롤러와 붓을 번갈아 사용해가면서 말이다.

얼룩이 질까봐 물로 희석했더니 몇 겹을 발라도 바탕색이 지워지지 않는다.

오늘밤 밤새 말리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페인팅을 해야 겠다.

하얀 방문 만들기!

끝까지 나의 스타일로 환경을 만들고픈 집요한 욕구... 이것은 오직 나의 공간에서만 가능하지.

 

나의 정서적 안정을 위하여... 난 휴가 첫번째 작업으로 페인팅을 하고 있다. 휴가 첫 날 난 페인팅을 하겠지.

 

특별한 휴가계획은 없다.

난 휴가를 계획했으나, 흥미가 없어졌다. 흥분됨이 없어졌다. 뭐랄까?

앞자리에 앉은 후배는 부산에 있는 호텔을 예약해두고 부산의 맛집들을 찾아두고,,, 준비하더라.

 

나에겐 왜 아무것도 없는 것인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던 내가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뭐지... 그저 가만히 있고 싶어.

 

그러지 말고

어디로 가버릴까?

어디로?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을 것이다.

이 현관문을 나서면.... 넘칠 것이다.

사람으로... 사람들의 말로... 사람들의 입김으로... 사람들의 눈길로... 사람들의 옷깃으로...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사람들의 텔레파시들로.... 아마 넘칠 것이다.

 

아니

방문을 하얗게 칠하고 눈에 설은 이 집을 극복하는 시간으로 머무는 휴가(말이 좋다).

스스로 격리수용을 선택했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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