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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와 걸음 — 조심스러움과 용기

멀어지고 있다

by 발비(發飛) 2026. 2. 26.

 

정신없이 보낸 설 명절이 지났고, 그는 다시 멀리 떠났다.  

 

그와 나는 멀어지고 있다. 

 

지난 몇 달 간 대화에서 우리는 만남을 지속적으로 가져본 뒤,

자연스럽게 귀착이 되는 만남의 형태를 이어가자고 했던 것 같은데 

만남의 목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손을 잡고, 포옹을 하는 살가운 남녀의 관계를 원한다고 했고,

나의 감정은 아직 거기까지가 아니라 그저 친구 정도만 가능하다고 했다.

며칠 전 손을 한 번 잡아보고, 살짝 시도한 입맞춤으로 나의 이러한 감정이 분명히 확인되었다.

 

나는 그를 아직 남자, 연인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게 그에게 말했다. 

 

그는 밀당이나 튕김으로 생각했을까.

 

각자의 명절을 보내고 그가 돌아가기 전 다시 만났을 때, 

나의 생각이 반영되지 않는 말과 행동이 이어졌다. 

나는 다시 감정의 속도가 서로 다른 것 같다고, 나는 아직 같은 감정이 아니라고 거듭 말했다. 

그날 저녁 통화에서도 비슷한 말들이 또 오갔다. 

정색을 하고 화를 내며 할 말은 아닌 것 같아

부드러운 뉘앙스로 의사표현을 한 것이 오해를 낳은 것 같기도 해 분명히 말을 했다.

나는 같은 감정이 아니라고. 

잠시 침묵이 있은 뒤,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날 밤 평소와는 다르게 저녁인사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인사를 했다. 

서울에서의 하루내내 조용하다가 저녁에 전화가 왔다. 

친구와 만나던 중이라고, 간단한 인사만 하고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그 사이 나는 나의 마음을 점점 더 알아가고 있다. 

 

나는 그와 친구 정도가 좋다. 

그와 연인이 되어, 그의 삶 깊숙히 들어가고 싶지 않다. 

 

이렇게 생각이 굳게 된 것은 그와의 대화 중 

그가 앞으로 살아가게 될 그의 노모와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나를 함께 넣어 이야기를 한 것에 놀랐고,

설연휴에 있었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를 보느라 잠을 설쳤다는 말에 금메달이 아닌 경기에는 흥미가 아예 없다고 했다. 

 

그런 사람들이 있지.

 

그를 이해하고, 그가 여전히 괜찮아서 친구 정도였으면 좋겠으면서, 

친구는 안 되겠다는 그에 대한 원망도 없다. 

나는 그와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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