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보낸 설 명절이 지났고, 그는 다시 멀리 떠났다.
그와 나는 멀어지고 있다.
지난 몇 달 간 대화에서 우리는 만남을 지속적으로 가져본 뒤,
자연스럽게 귀착이 되는 만남의 형태를 이어가자고 했던 것 같은데
만남의 목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손을 잡고, 포옹을 하는 살가운 남녀의 관계를 원한다고 했고,
나의 감정은 아직 거기까지가 아니라 그저 친구 정도만 가능하다고 했다.
며칠 전 손을 한 번 잡아보고, 살짝 시도한 입맞춤으로 나의 이러한 감정이 분명히 확인되었다.
나는 그를 아직 남자, 연인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게 그에게 말했다.
그는 밀당이나 튕김으로 생각했을까.
각자의 명절을 보내고 그가 돌아가기 전 다시 만났을 때,
나의 생각이 반영되지 않는 말과 행동이 이어졌다.
나는 다시 감정의 속도가 서로 다른 것 같다고, 나는 아직 같은 감정이 아니라고 거듭 말했다.
그날 저녁 통화에서도 비슷한 말들이 또 오갔다.
정색을 하고 화를 내며 할 말은 아닌 것 같아
부드러운 뉘앙스로 의사표현을 한 것이 오해를 낳은 것 같기도 해 분명히 말을 했다.
나는 같은 감정이 아니라고.
잠시 침묵이 있은 뒤,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날 밤 평소와는 다르게 저녁인사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인사를 했다.
서울에서의 하루내내 조용하다가 저녁에 전화가 왔다.
친구와 만나던 중이라고, 간단한 인사만 하고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그 사이 나는 나의 마음을 점점 더 알아가고 있다.
나는 그와 친구 정도가 좋다.
그와 연인이 되어, 그의 삶 깊숙히 들어가고 싶지 않다.
이렇게 생각이 굳게 된 것은 그와의 대화 중
그가 앞으로 살아가게 될 그의 노모와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나를 함께 넣어 이야기를 한 것에 놀랐고,
설연휴에 있었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를 보느라 잠을 설쳤다는 말에 금메달이 아닌 경기에는 흥미가 아예 없다고 했다.
그런 사람들이 있지.
그를 이해하고, 그가 여전히 괜찮아서 친구 정도였으면 좋겠으면서,
친구는 안 되겠다는 그에 대한 원망도 없다.
나는 그와 멀어지고 있다.
'관계와 걸음 — 조심스러움과 용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고요하다 (0) | 2026.02.28 |
|---|---|
| 나는 친구를 선택했다 (0) | 2026.02.27 |
| 내가 경험한 나 (0) | 2026.02.16 |
| 그가 왔다-2nd day (0) | 2026.02.15 |
| 그가 왔다-1st day (0) | 2026.02.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