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를 달리다가 네비게이션을 확인하는 시점이 있다.
의식하는 순간, 목적지 4.5킬로미터를 남겨둔 정도다.
루틴.
가장자리 차선으로 옮긴다.
그리고 속도는 민폐를 끼치지 않는 시속 7,80킬로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다.
자유로 길 중에 가로수가 도로와 가장 가깝게 있고,
가로수 너머 농가들과 논밭들이 가장 가깝게 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서울의 일상이 아닌 여행 중에 만날 법한 풍경이다.
뉴스를 끈다.
적당한 음악을 틀기도 하고, 아님 조용히 엔진소리와 타이어가 노면을 긁는 소리를 듣는다.
어딘가를 가고 있다는 것이 선명해진다.
어딘가를 간다는 것은 여행길의 소의미이며 개인적 의미이다.
4분 정도의 시간을 그렇게 달리다보면,
일하는 공간으로 진입한다.
길을 안다는 것은 나를 안다는 것이다.
어디를 가고 있는지.
어떻게 가면 되는지,
무엇을 위해 가는지에 따라 길은 저마다 다르고,
그렇기에 길을 안다는 것은 나를 안다는 것이다.
나는 이제 나를 어느 정도 알겠다.
우리는 길을 잃고 나서야, 다시 말하면 우리는 우리의 세계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되며, 우리의 위치와 우리의 무한한 범위의 관계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소로, <월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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