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특강이라는 책을 전자책으로 다운 받아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카디쿄이 뒷골목 차이집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그냥 골목입니다. 보시다시피 양촉으로 차들이 주차되어 있고 간혹 오토바이가 너무 빠른 속도로 엔진소리를 내며 지나가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또 불편하기 그지 없는 낮은 나무의자와 그 높이에 어울리는 탁자 몇개를 둔 이 차이집에 앉아 그의 글쓰기지침을 읽고 있습니다.
그래서라고는 할 수 없지만,그의 글을 읽는 마음이 한국에서 읽을 때와는 좀 다르게 읽히는 느낌입니다.
엄청 기대했던 정치인 유시민, 영웅이 사라졌고 더는 영웅이 필요없는 시대라고 합니다. 이책을 읽고 있는 이 거리, 이 찻집의 앞 테이블에는 칠십대는 되어보이는 두노인이 말없이 흡사 장기와 같은 놀이를 하고 있고, 뒤 테이블에는 많아야 열 여덟쯤 되어보이는 아이들이 같은 게임을 하며 낄낄거리며 수다를 떨고 있습니다.
라마단 기간 중에 사원에서 경건히 기도를 하는 사람과 그 바로 옆 바다에서 낰시를 하는 사람이 함께 있는 에미뇌뉘 선착장,차도르로 온 몸을 꽁꽁 숨긴 여학생과 파마머리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학생이 깔깔거리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페리호, 생각이 다른 것에 거리낌이 없는 이 곳 터키사람들과 같은 찻집에 앉아 유시민의 글쓰기책을 읽습니다.
그들의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표정은 정말 밝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는 동네찻집에서 전세대가 고루 앉아 차를 마시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부러운 마음으로 물끄러미 보는데 터키 특유의 느끼한 웃음을 보냅니다. 그냥 가볍게 웃음으로 답해주고는 다시 책을 읽습니다. 재미있습니다. 단순히 글쓰기책이지만 우리가 알 법한 정치적 사건들에 대한 글들이 인용문으로 많이 나와 생각을 여러겹으로 하게 됩니다. 지나치게 문법적으로 들어간 부분은 좀 거부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에게는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그만이 쓸 수 있는 부분이 더 강조되었으면 하고 읽습니다.
글쓰기에 관한 문법, 그 경계가 애매하지만 주로 국문학적 느낌이 나는 부분을 읽을 때면 이상하게도 우리에게 큰바위얼굴이나 키다리아저씨가 오지 않는다면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하는 생각듭니다. 저는 아무리 그가 정계를 은퇴하고 집필가가 되었다해도, 그가 글쓰기에 관한 책을 엄청 재미있게 썼다고 해도, 지금의 그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스탄불의 올드시티와 유럽지구 그리고 아시이지구,말만 들어도 알겠지만 아시아지구는 이스탄불의 서민들이 배를 타고 출퇴근을 하며 두 지역에서 일을 합니다. 오늘은 그들이 이 곳에서 종일을 보내는 일요일입니다. 어제보다 더 복잡하고 더 활기찹니다. 그래서 정신없이
거리를 배회하다 좀 한가한 골목을 만나자 휴하는 마음이 이 곳 차이집에서 오전에 읽다만 유시민의 글쓰기책을 마저 읽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읽어갈수록 힘이 빠집니다.
저는 그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어쩌지 못하고 점점 파리해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언제나 눈에 가득한 총기가 어쩐지 깊숙히 숨어버리고 그 자리에 깊은 그늘이 생긴 것도 보았습니다.
그가 책에서 언급했듯이 386세대의 대학시절은 각종 스터디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민주항쟁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그 많던 운동권학생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논술강사로 강남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이름을 날린 강사뿐만 아니라 이름을 날리지 못한 강사들도, 그들이 치열하게 읽고 토론했던 것을 자산으로 말입니다. 한번 술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이 책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그의 말대로 글쓰기를 잘 한 책이라 잘 읽히고 이해가 쉬워 속도가 빠릅니다. 이 곳 사람들이 뭐가 그리 재미있나하고 흘낏 보고 갑니다. 저는 이들의 천연덕스럽고 세상 느긋한 일요일 오후가 한없이 부러우면서 이들처럼 먹는 것이라도 싼 세상에 살았으면하고 한없이 부러워 합니다. 제가 두번째로 좋아했던 정치인의 글쓰기책을 읽고 있는 와중에 별별 생각이 다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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