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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순] 돌이 울고 있었다

by 발비(發飛) 2008. 6. 30.

돌이 울고 있었다

 

박상순

 

돌이 울고 있었다

울고 있는 돌을 먹었다

 

돌을 먹은 나는

펭귄이 되었다

 

배가 너무 무거워

바닥에 쓰러졌다

 

뱃속에서 돌이 울고 있었다.

 

 

돌이 운다고 사람들이 돌에게 눈을 흘기며.. 나를 보았다. 니 돌이잖아!

돌을 내 안에 묻으면 울음을 뚝 그칠 줄 알았지.

돌을 내 안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싸안으면 돌은 내 안에서 깊은 잠을 잘 줄 알았지.

돌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난 자유로이 내 일을 볼 줄 알았지.

돌의 무게를 생각지 않은 탓이었지.

 

돌의 무게... 그런 것은 생각도 않고 돌을 삼켜버린 나는

펭귄? 그래 펭귄처럼 더는 뛸 수도 날 수도 없는...

그저 아기작아기작 걸을 수 밖에 없는...

그래서 난 움직일 수 있을만큼의 최대한의 걸음을 걷지만 말이지.

 

무거워.

울고 있는 돌을 삼킨 난 무거워...

돌은 내 몸 밖에 있던,

돌이 내 몸 안에 있던,

그 질량보존의 법칙에 압도된 나.

놓쳐버린,,, 법칙에 무게까지.

 

난 나대로 무거워... 울고!  난 갈 수 없어 더 울고!

돌은 돌대로 여전히 울고... 울고! 돌은 내 속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더 울고!

  

아무도 들을 수 없는 울음을 내 작은 몸 안에서,

두 개의 몸이 내 작은 몸 안에서,

엉켜 울고 있는 시간이다.

 

좀 오래된 시인데... 아주 단조로워서 놓칠 법한 시인데..

울고 있는 돌을 삼켜버리 것처럼 똑같이 이 시를 삼킨 오후.

시의 무게만큼 무거워진 내 몸을 의식하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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