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기
최문자
건기인가 봐요 우리,
새들도 입안이 마른다는……
바짝 마른 말로 통화하고 있잖아요 지금,
마른 대궁만 남은 당신 말에
나는 없는 미련 지지직거리며
타는 시늉 다 해보지만
갑자기 들러붙어요
말과 말 사이
부슬부슬 떨어지는 말의 먼지들 뿌연데
들리죠
우리 언어가 물 마르는 소리
따가워요
메마른 통화
갈라진 언어의 살 사이로
피 내비쳐요
건기인가봐요 우리,
그렇다 싶어하면서도...
시를 써야한다는 강박에 심지 박힌 시인의 마음이 내비친다.
삶이 시라고 하지만,
시를 쓰기 위해 조합된다는 것.
시를 읽다보니 시와 나 사이에 정전기가 인다.
이제 서로가 말라서 좀 더 가까이하려하나,
따갑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불꽃을 튀기며 지독히도 붙으려 하지만,
그것은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떨어지려하는 몸부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전기
이 시를 쓴 시인도 정전기를 일으킨다.
시인도 시에게 정전기를 일으킨다.
사람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라, 진한 사랑내음이 나는 것이 아니라
갓 마찰된 화약내가 난다.
12시가 넘어 퇴근하고서 시 한편 읽어봐야지.
이렇게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내가 너무 기계적이지 않나 싶어서...
종일 생산라인 한 쪽에서 서서 나사를 끼다가 퇴근길에 한 잔 맥주를 찾던 흑백영화의 주인공처럼 ....
정전기라니...
정전기를 실감하다니...
얼른 다른 시를 읽고 싶다.
가슴에 돌덩어리 몇 개쯤 얹어넣은 듯 나를 아프게 하는 시를 읽고 싶다.
아파도 아파도 함께 하리라
끝까지 가리라
할만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증거물로다가.....
let me 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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