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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자] 정전기

by 발비(發飛) 2007. 6. 5.

정전기

 

최문자

 


건기인가 봐요 우리,
새들도 입안이 마른다는……
바짝 마른 말로 통화하고 있잖아요 지금,
마른 대궁만 남은 당신 말에
나는 없는 미련 지지직거리며
타는 시늉 다 해보지만
갑자기 들러붙어요
말과 말 사이
부슬부슬 떨어지는 말의 먼지들 뿌연데
들리죠
우리 언어가 물 마르는 소리
따가워요
메마른 통화
갈라진 언어의 살 사이로
피 내비쳐요
건기인가봐요 우리,

 

 

그렇다 싶어하면서도...

시를 써야한다는 강박에 심지 박힌 시인의 마음이 내비친다.

삶이 시라고 하지만,

시를 쓰기 위해 조합된다는 것.

 

 

시를 읽다보니 시와 나 사이에 정전기가 인다.

이제 서로가 말라서 좀 더 가까이하려하나,

따갑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불꽃을 튀기며 지독히도 붙으려 하지만,

그것은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떨어지려하는 몸부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전기

이 시를 쓴 시인도 정전기를 일으킨다.

시인도 시에게 정전기를 일으킨다.

사람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라, 진한 사랑내음이 나는 것이 아니라

갓 마찰된 화약내가 난다.

 

12시가 넘어 퇴근하고서 시 한편 읽어봐야지.

이렇게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내가 너무 기계적이지 않나 싶어서...

종일 생산라인 한 쪽에서 서서 나사를 끼다가 퇴근길에 한 잔 맥주를 찾던 흑백영화의 주인공처럼 ....

정전기라니...

정전기를 실감하다니...

  

얼른 다른 시를 읽고 싶다.

가슴에 돌덩어리 몇 개쯤 얹어넣은 듯 나를 아프게 하는 시를 읽고 싶다.

아파도 아파도 함께 하리라

끝까지 가리라

할만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증거물로다가.....

 

let me 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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