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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불면 22] 잠이 짧은 날

by 발비(發飛) 2026. 2. 5.

열한 시쯤 잠들었겠지. 

열 시쯤 자리에 누웠고, 

프리셀을 하면서, 잔잔히 들을 수 있는 유튜브를 틀어두었지.

곧 잠이 왔어.

 

새벽 네 시쯤이었을거야.

감자가 쉬 마려운지 방문을 열어달래서, 

방문을 열어주고, 그 김에 화장실을 다녀왔지.

그 사이 잠이 깬 거지.

 

감자 탓은 아니고,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화장실을 간 후회도 아니고,

그저 잠을 조금만 더 자면 베스트일텐데 하는 아쉬움이다. 

 

처음에는 몇시인 줄 모르다가

한참을 깨어있으니, 시간이라도 알고 대책을 세우자 하는 마음으로 시계를 보니 네 시 반이었다.

창 밖은 처음 깼을 때나 지금이나 캄캄하다. 

 

다섯 시까지 같이 잠을 깬 감자랑 캄캄한데 놀았다.

여기저기 놓인 멀티탭들의 작은 불빛이 간접조명이 되어 둘이서 장난을 치기 괜찮았다. 

 

새벽 다섯시. 일어났다. 

잠이 짧은 날이다. 

머리가 아프지도, 멍하지도 않다. 다만 눈이 좀 감긴다. 

눈이 감긴다고 잠이 오는 것은 아니다. 

어릴 때는 분명 눈이 감기면 무조건 잠이 왔는데, 

어찌 된 셈인지 눈은 감기고, 의식은 또렷하고 참 이상하고도 기괴한 일이다. 

 

살아온 긴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어,  

어떤 것들이 이 몸에 기록되어

눈은 감기는데 잠은 오지 않는 기괴함이 되었을까 싶다. 

 

부지런히 글을 쓴다는 작가들이 말했다. 

네 시에 일어나 글을 쓴다. 

다섯 시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에 책을 읽는다. 

그 시간에 깨어있음이 부러웠었다. 

 

일어나 블로그에 타박타박 뭐라도 써본다.

그리고,

요즘 읽고 있는 두 권의 책을 번갈아가면서 읽을 예정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

펄 스터츠, 베리 마이클스의 [세상은 고통이다 하지만 당신은 고통보다 강하다]

 

[영혼의 자서전]은 두 권인데 너무 느리게 읽힌다. 그래도 하루에 몇 장씩 꼬박꼬박 읽는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이 멋지다. 

누군가의 말대로 그가 그리스 사람인 것이 안타깝다는 데 동의한다. 

[세상은 고통이다 하지만 당신은 고통보다 강하다]은 넷플릭스에서 [스터츠]라는 다큐영화를 보고 읽기 시작했다. 

나와 나의 그림자에 대해 그야말로 대문자 T인 스터츠의 직설 카운셀링이 담긴 책인데,

나를 각성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어 천천히 읽고 있다. 

 

아침운동은 무릎 변수로 당분간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몸이 기억하는지 차가운 바깥으로 마음이 가지만 참아야 한다. 

무릎 치료가 잘 되면 다시 만들어야 할 루틴이다. 

명상수업은 지금으로선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구십 퍼센트쯤 된다. 

마음에 유익한 것이 몸에게는 유해한 셈인데, 나는 이제 몸의 편을 든다. 

 

잠이 짧은 날이라 말이 긴 날 아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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