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대로 詩

[이영식]눈물도둑

발비(發飛) 2006. 9. 21. 11:22

 

눈물도둑

 

이영식

 

얘야, 도둑이 들었나봐

 

누가 내 보석을 훔쳐갔나보다

 

눈물이 나오지 않는구나

 

안구건조증이라는 게 뭐냐?

 

눈꺼풀이 자꾸 달라붙는구나

 

눈물도 나올 때 흘리거라

 

남의 아픔에 등돌리지 말고

 

값싼 눈물일수록 귀히 여겨라

 

공옥진 병신춤을 보면서

 

웃느냐? 짭조름히 울어라

 

가끔은 삼켜, 눈물 맛도 보아라.

 

 

 

 

시인이 잃어버렸다기에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나도 없다

내게도 도둑이 들었었나보다

눈물만 노리는 도둑이.

 

비가 많이 많이 내렸으면 좋겠다

비 가운데 서서 비를 마중물 삼았으면 좋겠다

잃어버린 눈물 찾을 것 없이 내 안에서 끌어 올렸으면 좋겠을 건조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