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대로 詩

[옥타비오 빠스] 태양의 돌

발비(發飛) 2006. 2. 17. 00:11

세계문제시인선집9

 

태양의 돌

 

옥따비오 빠스 시선

 

청하 출판사

 

저자 ; 옥타삐오 빠스

외교관으로 활약, 1962년 인도 대사를 역임하는 한편 1985년 노벨문학상후보로도 지목되었던 옥따비오 빠스는  1914년 멕시코에서 출생하였다. 1931년 [바란달]이란 잡지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으며 1938년 [따예르]라는 문예를 창간하였고, 1944년에는 구겐하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45년 초현실주의 시인들과의 접촉 이휴 언어의 해방과 비논리적인 세계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되면서 시세계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며. [언어의 밑에서의 자유][불도마뱀][귀향]등의 시집과 그림시의 계발을 보여주는 시집으로 [토포에마스의 시각적인 음반] [백지]등이 있다.

 

1. 말과 시와 시인

 

 

어느 고적한 시간

종이에 붓이 글을 쓸  때

누가 그 붓을 움직이나?

나를 대신해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에게 쓰나?

입술과 꿈으로 얼룩진 해변,

조용한 언덕, 좁은 항만,

세상을 영원히 잊기 위해 돌아선 등어리,

 

누군가 내 속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

내 손을 움직이고, 말을 고르고

잠깐 멈춰 주저하고

푸른 바다일까 파란 산등성이가일까 생각하면서,

차가운 불길로

내가 쓰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불태운다, 정의의 불,

그러나 이 재판관도 역시 희생자일 수 밖에 없아.

나를 벌한다는 것이 스스로를 벌하는 일.

실은 그 글은 아무에게 쓰는 것도 아니다

아무도 부르지 않고 자시 스스로를 위해 쓴다

자기 자신 속에 스스로를 잊는다.

이윽고 뭔가 살아남은 것이 있으면

그건 다시 나 자신이 된다

 

-시를 쓰는 이의 마음 속에, 백지 위에 난무하는 삶과 꿈의 파도가 해변에서 고적하게 엎치고 뒤치는 것이 시창작의 세계다. 이 좁고 고적한 시간은 세상을 등으로 하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간다.

 

시인의 숙명

 

말은? 그렇다. 그건 공기다,

대기 속에 사라지니까.

이 나를 말들 속에 사라지게 하라

어느 입술에 감도는 대기에게 하라

정처없이 떠도는 바람 뉘

떠돌며 바람을 흩뜨리는 바람.

 

빛도 스스로의 빛 속에 사라지나니.

 

-나의 생이 별다른 계획에서 벼루어진 것이랴. 시도 시인도 바람에서 돴다 바람으로 돌아가는 그런 존재일 터. 그것이 빛이라면 빛 속에 황홀하게 돌아가는 일정일 거고.

 

휴식

-삐에르 레베디를 생각하며

 

새 몇 마리가

찾아온다

그리고 검은 생각하나

나무들이 수런댄다

기차소리, 자동차소리

이 순간은 오늘 걸까 가는 걸까?

 

태양의 침묵은

웃음과 신음소리를 지나

돌들 사이 돌이 돌의 절규를 터뜨릴 때까지

깊이 창을 꽂는다.

 

태양심장, 맥박이 뛰는 돌,

과일로 익어가는 피가 도는 돌 :

상처는 터지지만 아프지는 않다,

나의 삶이 삶의 참모습으로 흐를 때.

 

-생명이 뜻이 있으랴. 침묵할 뿐. 다만 돌에 피가돌 듯 우주가 의미를 회복하는 것도 아픔보다는 차라리 삶의 징표다.8

 

행인

 

사람들 사이에 끼어

세바스또 대로를 가고 있었지

이 일 저 일 생각하며

빨강불이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어.

위를 쳐다보았지 :

                위에는

잿빛 지붕위에는, 검으잡잡한 새들 사이에 끼어

은빛으로 반짝이며

생선 한 마리가 날아가고 있었어.

신호등이 초록으로 바뀌고

길을 건너면서 그는 문득

뭘 생각하고 있었지 하고 혼자 물었지.

 

너의 눈동자

 

너의 눈은 번개와 눈물의 조국,

말하는 고요

바람 없는 폭풍, 파도 없는 바다,

갇힌 새들, 졸음에 겨운 황금빛 맹수,

진실처럼 무정한 수정,

숲 속의 환한 빈 터에 찾아 온 가을, 거기

나무의 어깨 위에선 빛이 노래하고, 모든 잎사귀는 새가 되는 곳

아침이면 샛별같이 눈에 뒤덮인 해변

불을 따 담은 과일 바구니,

맛있는 거,

이승의 겨울, 저승의 문,

한낱 바다의 조용한 맥박,

깜박거리는 절대

사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