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비오 빠스] 태양의 돌
세계문제시인선집9
태양의 돌
옥따비오 빠스 시선
청하 출판사
저자 ; 옥타삐오 빠스
외교관으로 활약, 1962년 인도 대사를 역임하는 한편 1985년 노벨문학상후보로도 지목되었던 옥따비오 빠스는 1914년 멕시코에서 출생하였다. 1931년 [바란달]이란 잡지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으며 1938년 [따예르]라는 문예를 창간하였고, 1944년에는 구겐하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45년 초현실주의 시인들과의 접촉 이휴 언어의 해방과 비논리적인 세계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되면서 시세계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며. [언어의 밑에서의 자유][불도마뱀][귀향]등의 시집과 그림시의 계발을 보여주는 시집으로 [토포에마스의 시각적인 음반] [백지]등이 있다.
1. 말과 시와 시인
글
어느 고적한 시간
종이에 붓이 글을 쓸 때
누가 그 붓을 움직이나?
나를 대신해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에게 쓰나?
입술과 꿈으로 얼룩진 해변,
조용한 언덕, 좁은 항만,
세상을 영원히 잊기 위해 돌아선 등어리,
누군가 내 속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
내 손을 움직이고, 말을 고르고
잠깐 멈춰 주저하고
푸른 바다일까 파란 산등성이가일까 생각하면서,
차가운 불길로
내가 쓰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불태운다, 정의의 불,
그러나 이 재판관도 역시 희생자일 수 밖에 없아.
나를 벌한다는 것이 스스로를 벌하는 일.
실은 그 글은 아무에게 쓰는 것도 아니다
아무도 부르지 않고 자시 스스로를 위해 쓴다
자기 자신 속에 스스로를 잊는다.
이윽고 뭔가 살아남은 것이 있으면
그건 다시 나 자신이 된다
-시를 쓰는 이의 마음 속에, 백지 위에 난무하는 삶과 꿈의 파도가 해변에서 고적하게 엎치고 뒤치는 것이 시창작의 세계다. 이 좁고 고적한 시간은 세상을 등으로 하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간다.
시인의 숙명
말은? 그렇다. 그건 공기다,
대기 속에 사라지니까.
이 나를 말들 속에 사라지게 하라
어느 입술에 감도는 대기에게 하라
정처없이 떠도는 바람 뉘
떠돌며 바람을 흩뜨리는 바람.
빛도 스스로의 빛 속에 사라지나니.
-나의 생이 별다른 계획에서 벼루어진 것이랴. 시도 시인도 바람에서 돴다 바람으로 돌아가는 그런 존재일 터. 그것이 빛이라면 빛 속에 황홀하게 돌아가는 일정일 거고.
휴식
-삐에르 레베디를 생각하며
새 몇 마리가
찾아온다
그리고 검은 생각하나
나무들이 수런댄다
기차소리, 자동차소리
이 순간은 오늘 걸까 가는 걸까?
태양의 침묵은
웃음과 신음소리를 지나
돌들 사이 돌이 돌의 절규를 터뜨릴 때까지
깊이 창을 꽂는다.
태양심장, 맥박이 뛰는 돌,
과일로 익어가는 피가 도는 돌 :
상처는 터지지만 아프지는 않다,
나의 삶이 삶의 참모습으로 흐를 때.
-생명이 뜻이 있으랴. 침묵할 뿐. 다만 돌에 피가돌 듯 우주가 의미를 회복하는 것도 아픔보다는 차라리 삶의 징표다.8
행인
사람들 사이에 끼어
세바스또 대로를 가고 있었지
이 일 저 일 생각하며
빨강불이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어.
위를 쳐다보았지 :
위에는
잿빛 지붕위에는, 검으잡잡한 새들 사이에 끼어
은빛으로 반짝이며
생선 한 마리가 날아가고 있었어.
신호등이 초록으로 바뀌고
길을 건너면서 그는 문득
뭘 생각하고 있었지 하고 혼자 물었지.
너의 눈동자
너의 눈은 번개와 눈물의 조국,
말하는 고요
바람 없는 폭풍, 파도 없는 바다,
갇힌 새들, 졸음에 겨운 황금빛 맹수,
진실처럼 무정한 수정,
숲 속의 환한 빈 터에 찾아 온 가을, 거기
나무의 어깨 위에선 빛이 노래하고, 모든 잎사귀는 새가 되는 곳
아침이면 샛별같이 눈에 뒤덮인 해변
불을 따 담은 과일 바구니,
맛있는 거,
이승의 겨울, 저승의 문,
한낱 바다의 조용한 맥박,
깜박거리는 절대
사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