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란] 織女에게
織女에게
문병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 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번이고 감고 푼 실올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번이고 새끼를 틈쨉?
그대 짠 베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사방이 막혀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유방도 빼앗기고 처녀막도 빼앗기고
마지막 머리털까지
빼앗길지라도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
우리들은 은하수를 건너야 한다.
오작교가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을 딛고
건너가 다시 만나야 할 우리
칼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이별은 이별은 끝나야 한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을 노둣돌 놓아
슬픔은 슬픔은 끝나야 한다. 연인아.
개구리는 우물 안에 살고 있었지.
어느 날 개구리는 여느 때와 같이 성당 구석에 앉아 있었지.
노래가 들렸지. 처음 듣는 노래, 성가가 아닌 노래...
개구리는 벌떡 일어나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보았지.
보좌신부님...
갓 신학대학을 졸업하신 보좌신부님께서 영명축일 감사기도에 대한 답으로 노래를 부르셨지.
그 노래에 혼이 빠진 개구리는 옆에 앉아계시던 할머니의 눈총을 받으며
내내 서서 그 노래를 다 들었었지.
개구리는 그 노래가 무엇일까 생각했지만,,,
박치에 음치인 개구리는 기억을 살려, 알만한 친구들에게 불러 보았지만,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지.
그저 맘 안에서 그 노래는 부르고 부르고 울리고 울리고 있었었지.
그때 그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
"만나겠지요. 꼭 만날 것입니다. 우리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다 다르겠지만,
우린 만날 것입니다. 여러분들께서도 만난다고 굳게 믿으신다면 만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시 딴 소리1-
개구리는 심심할 때면, 아니 뭔가 답답할 때면 오락실로 갔었지
오락실에 수많은 게임기 중 가장 후진 벽돌깨기에 앉아서 ,,,
마찬가지로 구석 자리에 놓여졌던
벽돌을 끝도 없이 깼지.
500원이면 하루종일도 깰 수 있는 벽돌게임이 개구리는 제일 만만했던거지.
그 날도 벽돌을 깨기위해 500원을 들고 오락실로 갔는데,
항상 비어있던 두 대의 벽돌깨기 앞에 한 남자가 앉아서 벽돌을 깨고 있는거였지.
개구리는 생각했지.
"참 이상한 사람도 있네. 벽돌깨기를 하다니"
그럼서 옆기계에서 벽돌을 깼지... 하염없이 깨다가 한 단계가 올라가면 그 남자 한 번 보다가...
그러다 그 남자와 눈이 딱 마주쳤네.
개구리는 너무 놀랐었지. 그 남자 바로 보좌신부님이였던거지.
"앗 신부님!"
"누구세요?"
"저 성당 다니는 **개구리입니다."
"네~ 전 여기가 신자님댁이라 들렀다가 군대적 생각나서 벽돌 깼지요.
벽돌깨기 좋아하시나보죠?"
"......"
얼마후,
개구리는 다시 성당에서 그 신부님을 만났지.
"개구리님! 그 분이 벽돌게임기 사무실에 갖다주셨어요.
벽돌깨는 손님이 없어서..다른 기계로 바꿨다네요.
벽돌깨고 싶으면 이제 사무실로 오세요."
"네~"
그리고 개구리는 벽돌이 너무 깨고 싶을 때면 신부님 사무실로 가서 벽돌을 깼지.
점수 내기도 가끔 하고... 그렇게..
개구리는 우물 안의 이야기 하고... 신부님은 우물 바깥 세상이야기도 하시고...
-잠시 딴 소리1. 끝-
개구리는 신부님께 그 때 그 노래에 대해서 여쭈었지.
그 노래의 제목은 '직녀에게' 그리고 원래 시는 문병란이라는 분의 시이고...
지금 바깥세상에서 들을 수 없는 노래라는 것과 왜 들을 수 없는 지,,,,
그런 이야기들을 해주셨지.
개구리가 사는 우물 안은 늘 조용했고, 혹 그렇지 않을 때면 벽돌게임기만 있으면 되었다.
그런데 점점 게임기로도 어쩔 수 없는 답답함이 개구리에게 왔다.
그 노래를 만나고부터 개구리는
개구리의 작은 가슴 속에서 노래가 자꾸 들려와 다른 일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개구리는 신부님을 찾아갔다.
"신부님! 저 우물에서 도망가려구요. 아니 그냥 나오려구요... 이제 우물이 싫어요."
"개구리야. 그래 그렇구나, 넌 그래도 우물 밖으로 뛸 수 있구나. 부럽다. 가면 되지.. 잘 가라."
신부님은 개구리의 손을 잡아주셨지.
그날 밤 개구리는 아무도 몰래 우물을 나왔지.
그리고 바깥세상은 마른 세상이었다.
개구리의 몸은 자꾸 말랐고, 연신 물가를 찾아다니며, 그렇게 버티고 있었지.
세상은 넓었고,,, 물기라고는 없이 말라 있었지.
우물 안과는 참 많이 달랐다.
그렇게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갔지.
그동안 '직녀에게'는 종종 들을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잠시 딴 소리 2 -
가끔씩 신부님이 생각났지. 아주 물이 그리울때면, 하지만 신부님은 사라지셨다.
개구리가 찾을 수 없었지.
그렇게 시간이 가고 가고...
이제 개구리는 성당에도 가지 않았지.
그래도 가끔 쉬고 싶으면 성가를 듣기는 했는데, 그 날도 성가가 듣고 싶었지.
인터넷 성가 사이트에서 성가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성가 에러 자막이 떴지.
자막에선 만약 에러가 나면 **로 들어가세요. 개구리는 **로 들어갔지.
그런데 **왼쪽 아래 구석에 '성직자 찾기' 보였지.
혹! 어쩌면! 하면서 그 신부님을 찾았지.
그 곳에 신부님의 메일주소가 나와있었던거다.
개구리는 무지 기뻤지.
우물 밖을 보여 준 신부님을 우물 밖에서 만날 수도 있다고.
개구리의 몰골은 흉악스러웠지만, 아직도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
개구리가 신부님께 보낸 메일 全文이다.
"오락실, 벽돌깨기. 직녀에게. 우물. 혹시 기억나시는지요?"
신부님께 온 답의 全文이다.
"**개구리구나. 핸드폰번호 *********. 전화해라."
그렇게 신부님과 통화를 하고, 개구리는 신부님을 찾아갔다.
신부님과 개구리는 서로가 너무 많이 변해있어서 한참 만에야 서로의 감을 잡았다.
그동안 신부님은 외국에 나가 계셨단다.
개구리의 모습에 신부님은 대견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단다.
"그냥 우물안에 있을 걸 그랬냐?"
신부님이 헤어지시면서 하신 말씀이다.
개구리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제가 대견하시죠?"
-잠시 딴 소리2. 끝-
개구리는 혹 '직녀에게'를 들을 때나, 다른 일때문에 '직녀에게'가 생각이 날 때가 있다.
그건 개구리가 힘이 든다는 징조이다.
돌아가고 싶은 순간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맑은 우물안에는 개구리의 부모님이 살고 계시니까...
'언젠가는 은하수를 가로질러서 그 곳 아니면 이 곳이 두 가지 세상이 아닌
언젠가는 은하수를 가로질러서 우물안과 우물밖이 모두 평화로운 모두 넓은
모두 하늘을 볼 수 있는 때가 있을 것이다.'
개구리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직녀에게'를 듣곤 하지.
만약 개구리가 마루바닥 삐걱이던 성당 한 켠에서 이 노래를 듣지 않았다면,
이 노래가 개구리의 가슴 속에서 항상 팔딱거리지 않았다면,
개구리는 아직도 스스로 냉혈이라고 생각하고 우물 안에 있을런지도 모르지.
비록 개구리가 뜨거운 피를 가져 자꾸 말라간다고 하더라도...
그렇더라도 개구리는 순간 순간 제 몸을 식혀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개구리는 만나려 한다.
뜨거운 피와 차가운 피를 넘나드는 그런 개구리 자신.
그래서 우물 안과 밖이 따로 없는 세상에서 사는 개구리 자신.
그런 개구리를 꿈꾼다.
혹자는 그런다. 그건 꿈일 뿐이라고...
개구리도 안다.
꿈일지언정, 아직도 개구리는 심장이 팔딱거리며 살아있다고...생각한다.
오늘 아침 개구리는 '직녀에게'를 들었다.
아직도 그 노래를 들으면 개구리의 심장이 쿵닥쿵닥 거린다.
개구리는 신부님께 전화 한 번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지.
"신부님때문이잖아요! 신부님은 왜 그 때 '직녀에게'는 부르셨어요? "
그렇게 소리지르면서,
응석부리면서..... 전화 한 통을 오랜만에 드려야겠다고 개구리는 생각했지.
개구리 화이팅!!
직녀에게
-문병란 시, 박문옥 곡,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에 노둣돌을 놓아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은하수 건너
오작교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 딛고 다시 만날 우리들
연인아,
연인아,
이별은 끝나야 한다
슬픔은 끝나야 한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