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패션 디자이너 문영희 D-10

발비(發飛) 2005. 12. 22. 12:04

간만에 파지읽기

 

당연, 출처는 모른다.

빠닥한 종이에 4도 인쇄인 것으로 봐서 어느 잡지 화보같기도 하다.

 

'문부띠끄'라는 이름으로 명성을 날리던 그녀가 파리행을 선택한 것은 분명 모험이었다. 파리가 문화적인 관용과 첨단 패션 산업을 상징하는도시인 것은 사실이지만, 고국에서는 유명 디자이너였던 그녀도 이곳에서는 수많은 이방인의 하나일 뿐이었다. 비유럽인, 그것도 일본인이 아닌 동양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냉담함, 경제적인 어려움, 언어 장벽, 문화적 차이에서 빚어지는 한계, 가없는 예술적 영감을 무궁무진하게 펼쳐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은 그녀를 끊임없이 좌절하게 했다. 다른 곳이 아닌 파리를 선택하게 한 이유들이 되려 그녀를 아프게 생채기를 내는 이유들로 되돌아오곤 했다.

 

본문의 한부분이다.

그리고 아래 분홍글씨는 부제처럼 좀 큰 폰트로 적혀있었다.

 

세계패션의 성지와도 같은 파리 컬렉션은 모든 디자이너들이 꿈꾸는 무대이다. 특히 컬렉션 개막 다음부터 이어지는 사흘동안의 소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에게만 허락된 특별한 자리, 그 리스트에 한국인 디자이너 '문영희'이름 석자가 9년째 올라 있다.

 

그리고 그 옆에 깡마르고 안경을 쓴 여자가 청바지를 입고 의자에 앉아있다.

그 여자가 문영희라는 패션디자이너인가보다.

이 세상에는 참 힘들게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벽을 넘어선 사람들이 많다.

오늘 아침 빠닥한 종이에 좀 구겨지긴 했지만, 한 여자의 얼굴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넘어가는 것이라고.....

누구나 넘어가는 것이라고.....

자신을 믿고 도와준 가족에게 감사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 여자는 나더러 함께 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

오늘 간만에 읽은 파지는 아주 빠닥한 여자의 얼굴이었다.

아주 빠닥한 여자가 되고 싶은 날 아침, 파지 한 장을 내 집에 두드려놓고,

그 파지를 폐지통에 집어넣었다.

빠닥한 파지에 빠닥하게 앉은 여자가 폐지통에서도 모양이 변하지 않은채 꼿꼿이 앉아있다.

나더러 보라는 듯이 그렇게 다리를 꼬고 앉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