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스갱아저씨의 염소 D-11

발비(發飛) 2005. 12. 21. 10:07

스갱아저씨는 산 속에서 혼자 살고 있다.

매번 염소를 장에서 사가지고 와서 울타리를 쳐 두고 매일 풀을 먹이며 정성껏 키운다.

그런데 매번 염소는 줄을 끊고 혹은 울타리를 넘어 산으로 가버리는 것이다.

스갱아저씨는 이번에는 아주 어린 염소를 산다.

그리고 울타리를 높게 치고 매어 놓았다.

아기 염소는 울타리에서 스갱아저씨가 주는 맛난 풀을 먹고 사랑을 받는다.

아기 염소는 울타리 너머 멀리 보이는 산을 보게 된다.

산은 높고 푸르렀다.

아기 염소는 그 산을 매일 쳐다본다.

스갱아저씨는 아기 염소가 그 산을 쳐다보는 것을 눈치챘다.

또 염소가 산으로 올라갈까 걱정이 된 스갱아저씨는 염소를 아예 우리에 가둬버린다.

그리고 단단히 끈으로 묶어둔다.

그리고 말한다.

"저 산에 가면, 늑대가 있단 말이야. 내가 키우던 염소들은 저 산으로 올라가기만 하면 늑대에게 잡아 먹혔단 말이야. 절대로 너는 산에 가면 안돼"

그렇게 타이르며, 묶어두었다.

어리고 맛난 풀을 매일 뜯어주면서 ....

아기 염소는 우리의 작은 창틈으로 보이는 높은 산에서 고개를 돌릴 수가 없다.

며칠동안 그냥 스갱아저씨의 옆에 있을까도 생각했지만, 아기 염소는 산에 가보고 싶었다.

온 몸을 틀어 줄을 끊었다.

그리고 창을 넘어 산으로 올라갔다.

산에 있는 풀은 스갱아저씨가 가져다 준 풀과 달랐다.

억세기는 하지만 맛있었고, 풀들 사이에 핀 꽃들은 향기로웠다.

온 몸을 풀밭에 뒹굴면서 아기 염소는 아무 생각없이 행복하다.

그러다 산양도 만났다.

산양과 만나 잠시 사랑도 나눈다.

그리고 자신이 살던 스갱아저씨의 집도 본다. 저멀리 조그맣게 보인다.

해가 지기 시작한다.

스갱아저씨가 부는 나팔소리가 들린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이다. 이제 밤이 되었으니 내려오라고 나팔을 불고 있다.

아기 염소는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날이 어두워진다.

(그림에는 산 위에서 늑대의 그림자가 비친다.)

무서움을 떨치려고 아기 염소는 이리 저리 풀밭을 더욱 뛰어다닌다.

"너의 할머니 염소도 새벽까지 늑대와 싸우다 결국은 죽고 말았다."

스갱아저씨가 한 말이 생각이 났다. 새벽?

 

늑대가 아기 염소앞에 나타났다.

그때도 스갱아저씨가 부는 나팔소리가 들린다.

아기염소는 생각했다.

'새벽까지 싸우기만 하면 되는거야.'

아기 염소는 늑대에게 달려들었다. 늑대는 놀란다. 조그만 아기염소가 먼저 공격을 한 것이다.

늑대와 아기염소는 밤새껏 싸운다.

아기 염소의 주문은 단 한가지다. '새벽까지만 ....'

그렇게 새벽까지 온 몸이 뜯길 때까지 아기염소는 늑대와 싸움을 한다.

저 멀리서부터 붉게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다.

'그래 새벽이다. 이제 됐어.'

그렇게 아기 염소는 더는 싸움을 하지 못했다.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났다.

 

누군가가 이야기 할 것이다.

"스갱아저씨가 키우던 아기염소가 있었는데, 그 아기염소는 늑대와 새벽까지 싸웠대...."

 

 

알퐁스도데가 쓴 '스갱아저씨의 염소'라는 어린이용 이야기이다.

기억이 맞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원래 그의 의도가 어린이용이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림책으로 나왔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오래 전에 읽었던 이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기 염소.

늑대.

스갱아저씨.

마을 사람들.

 

모두들 선택을 하고 선택한 것을 행동하고 선택에 대한 댓가를 치르고 그 선택에 대해 평가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