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대로 詩
[조명무] 꽃과 나비
발비(發飛)
2005. 10. 25. 10:53
입술과 꽃잎
조병무
입술에 꽃잎이 하나 떨어졌다.
열지 못하는 입술
꽃잎은 그 위에 엎어진 채
움직이지 않는다.
폭발음이 터져 불꽃이 피듯
한 여름 번개가 일 듯
벼락같이 열고 싶은 입술
꽃잎은 그 위에 엎어진 채
움직여 주지 않는다.
열고 싶은 입술은 그 많은 말을 하고 싶어도
하늘같이 성경같이
바다같이 불경같이
움직여 주지 않는다.
나비가 입술 곁을 빙빙 돌다
어디론지 날아가 버렸다.
꿀벌이
입술 곁을 빙빙 돌다
어디론지 날아가 버렸다
꽃잎은 입술에서 영영 일어설 줄 모른다.
모르는 운명
조병무
어느 한 남자가 뜀뛰기를 한다, 그의 발바닥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높았다 낮았다 반복하여 땅을 밟았다 놓는다. 그의 발바닥의 높이만큼 바닥에 깔린 아픔은 크다. 삐죽하게 고개 내민 작은 개미들은 미미한 굴속으로 들었나 났다 한다. 그들의 공포는 불안이고 죽음이며 운명이다. 적막한 어둠과 함께 빛이 교차되며 진동과 폭퐁이 몰아친다. 반복의 순간과 악순환의 연속 속에 하늘은 흔들리고 땅은 진동하고 사방은 요동친다. 모두의 운명은 그렇고 그렇게 끝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