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대로 詩

[신용선]이른 봄

발비(發飛) 2005. 10. 12. 14:02

이른 봄

 

신용선

 

이른 봄에 산에 오르면

지난 겨울에 죽은 나뭇가지가

떨어진다

 

죽은 나뭇가지에 앉아있던 언 몸을

미처 녹이지 못한 새가

돌멩이처럼 툭 떨어진다

 

겨우내 더러워진 눈을 뒤집어쓰고

아직도 매달려 있던

어떤 열매도 떨어진다

 

이른 봄에 산에 오르면

죽은 줄도 모르고 죽어있던 산이

내 발걸음의 진동으로

깨어난다

 

사방에서 툭툭

떨어진다

 

아주 오래된 시인갑다.

절어있는 종이위에 앉아있던 시다.

가을인데,,

아 가을인데.. 다시 오지마라고 외쳐야 할 가을인데.

방금 종이 위에서 접수한 시가 이른 봄에 대한 시다.

그렇구나

오지 마라고 오지 마라 다시는 오지마라고 노래를 불러봤댔자 다시 봄이 온다.

태어나는 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떨구어내는 그런 봄이 있는 것이다.

가장 마지막에 떨어지는 것들이 있는 이른 봄!

가을이어도 끝나지 않고, 겨울이어도 끝나지 않고,

이른 봄에서야 끝나는 그런 ... 것들이 남아있는 것들이 있다.

지금 내가 낙엽일 것이라고

다 떨어지려고 저리 붉게 물드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떨어지지 않고 봄까지 견디는 것들도 있는 것이다.

따슨 햇살을 본 후에야 , 지난 가는 이의 작은 진동에야 긴장을 풀고 몸을 푸는 그런 것들도 있는 것이다.

아직도 버티고 있는 것들도 있는 것이다.

앙상한 세상에 마른 잎으로라도 옷을 입히며 버티고 있는 것들도 있는 것이다.

세상엔 생각하지 못할 것이 있는 것이다.

이른 봄

언 나무에 몸을 붙이고 있던 죽은 나뭇가지가 있는 것이다.

나뭇가지에 언 채로 앉아 나무와 벗해주던 새가 있었던 것이다.

새 옆에는 열매도 달려있었던 것이다,.

끝까지 버티고 있다가 따슨 햇살을 본 뒤에야, 이제 누군가 오겠구나 하고 안심하고서여

제 손을 놓는 그런 것들이 있는 것이다.

산에 오른 시인.

시인의 숨결과 발걸음으로 그들을 놓아주는 것이다.

툭툭하고 소리내며 떨어지는 것이다.

툭툭하고 사방으로 헤어지는 것이다.

시인은 그것을 본 것이다.

이제 시인이 산을 내려가면, 따슨 햇살아래 연초록이 나뭇가지사이로 움을 틔울 것이다.

그렇게 시인이 지난 자리...에 .. 봄이 올 것이다.

 

그 분의 시를 좋아한다.

아름다운 여린 마음을 가진, 그런 신용선시인의 시들을 좋아한다.

언젠가 올린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신용선시인의 시 중 가장 좋아하는 시 한 편

 

하산하는 법

 

불을 가지면

멀리 지나는 자잘한 바람에도

몸이 흔들린다

 

불을 가지면

어디든 닿아 태우고 싶고

태우다가

타들고 싶어진다.

 

질끈 눈을 감고 어둠 속에 앉아

어둠에 눈이 익기를

기다린 자들은

얼마나 쉽게 하산하는가

 

불을 가지면

제 발치의 불그림자에 채이며

뒹굴다가

홀로 남게 되는 것을

 

 

이 시를 읽어보신 적이 있나요? 난 이 시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