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돈! 짧게 혹은 길게

발비(發飛) 2005. 6. 30. 17:40

제본녀는 오늘 한 출판사 사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출판사는 결제를 잘 해줘서 사장님이 무척 좋아하는 곳입니다.

항상 현금 결제에 항상 온라인 ...

그럼서 술 한 잔 절대 없는, 10년을 거래하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나네요.

세상엔 그런 사람도 있습니다.

사장님도 처음에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는데, 지금은 하나도 안 궁금하답니다.

그냥 그런 사람이랍니다. 이상한 사람도 습관이 되면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아무튼 요즘 세상에도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그 분이 좀 어렵다고 10년만에 결제금을 조금만 깎아달라고 하십니다.

사장님을 바꿔드렸습니다.

사장님은 웃으십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

 

"내달 10일에 결제 할 것이 있으니, 그 때까지 입금시켜주시면 50만원 깎아드릴께요."

 

그러시는겁니다.

제가 우리 할아버지 사장님을 괴로워하면서도,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게 갑자기 쿨하기도 하니깐, 아마 그 쪽에서 그러겠다고 했나봅니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그것으로 끝이다.

 

두 사람의 짧은 대화입니다.

 

사장님께 말씀드렸습니다.

 

"400만원에서 50만원를 단번에 깎아주시는거예요?"

 

"그 양반 힘든가보지. 그리고 이번만 그렇게 말할거야. 그리고 현금계산이 10년인데..."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구나'

 

우리는 당연한 일들을 참 낯설게 느끼고 삽니다.

돈이 이렇게 간단하기도 하다는 것, 전 처음 경험했습니다.

속으로는 깎아주지 말고 여름 보너스로나 챙겨주지. 매일 보는 나한테... 근데 좀 좋다.

 

10년동안을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으셨던, 얼굴도 못 본 분이 그렇게 부탁을 했고

할아버지 사장님은 첫마디에 50만원을 깎아주었고,

그것으로 전화는 끝이다.

참 멋지다. 기분이 아주 좋았다.

나에게 그 돈을 보너스로 주는 것보다 훨씬 기분 좋은 일이다.

2005년 지금,

돈 50만원이 그렇게 흔적없이 거래되기도 하는 것이다.

 

돈이 이 세상에서 항상 그렇게 부드러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에구~~~~~, 걱정거리...

항상 들고 다니던, cd플레이어를 이제 놓으려고 한다.

지난 주에 들었던 아는 동생의 mp3의 음질에 뿅가서, 더 이상 억제할 수 없는 욕망에...

난 주문을 했다.

5개월 무이자 할부로 mp3를 샀는데, 

 때로는 돈은 mp3 작은 것 하나에 5개월을 굶어야 하기도 하는건데...

 

출판사 사장님의 보이지 않게 사라진 돈과 나의 5개월 할부 ...

 

둘 다 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