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바비킴과 나

발비(發飛) 2005. 6. 3. 16:09

아마 2월말 어느날 일기

 

-전철 그 안에서의 헤맴, 누구때문에?-

 

어제 멋진 놈을 발견했다.

cd는 놈이고, 그 cd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친구는 바비 킴이다

바비킴을 사러 갔던 것은 아니고,

그냥 들국화앨범을 사러갔다가, 갑자기 떠오른 그의 이름.

그리고 들어본 cd

환상이었다. 샀다. 나에게 주는 선물 2탄...

와~우

난 바비킴의 노래를 어제만 4번쯤 들었다. 전곡을

한의원에서 침을 맞으며도 듣고 거리를 걸으면서도 듣고 잠을 자면서도 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 또 듣고

그리고 전철에서도 들었다. 가사까지 읽으면서 열심히 들었다

나의 열심, 그걸 열심이라고 해야하나

정신나감이라고 해야하나, 이 나이에 열정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노망이라고

해야하나,

바비킴의 힙합음악에 빠져

오늘의 목표지점인 혜화역을지나 동대문운동장까지 가버렸다.

내렸다. 그 사이에도 계속 바비킴을 들었다. 그에게 빠져있었다

다시 거꾸로 가는 전철을 탔다

그리고  계속  바비킴을 들었다.  멋진 곡이 나왔다

제목은[ 미친듯 살고 싶다] 맞어! 맞어!  멋지다! 멋지다! 하면서 듣고 있는 순간

또 지나갔다. 목표지점 혜화역을, 그래서 어디? 한성대입구까지 또 가버렸다.

아이구 정말 ...

절룩거리며

그러면서도 감사합니다 인사를 했다. 하느님께... 왜냐구?

동대문 운동장역도, 한성대입구역도 내려서 앞으로 전진만 하면,

반대 방향의 전철을 탈 수 있으니까 감사한 일이지

아마 성신여대 였으면 난 울어버렸을 것이다.

다시 반대방향의 전철

이번에는 혜화역에서 반드시 내리리라..

그리고 바비킴의 [ 미친듯 살고 싶다]를 들으며, 그러나 이번에는

정신을 차리며, 들으며, 혜화역에서 내렸다.

성공이다.

오늘 아침 난 혜화역 1번출구에서 내리는 것을 성공했다.

시간으로 따져보니 22분의 시간이 소요되어야 할 것이 42분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20분의 시간

그 헤맴....

그렇지만, 난 지금도 바비킴을 듣고 있다.

멋진 놈이다. 크윽~~~~

 

전인권에 이어 또 빠졌다. 난 정말 지조가 없는 여자일까

아니면 바람끼가 많은 여자일까

또 빠졌다. 이번에는 얼마동안 그에게 빠져있을까?

새로운 놈이 나타날 때까지...

오늘 아침 참 길었다. 하지만 난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다.

바비킴과 함께 해서....

 

아마 4월 어느날 일기

 

-빠진 것들을 좋아한다-

 

바비 김의 음악을 들은지는 아마도 몇 달..

그리고 그의 cd를 듣고 열광한 지는 아마 한 달 즈음.

난 처음 그의 노래를 듣고 전철을 두번이나 지나쳤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하루에 한 번 이상 그의 노래를 듣고 있다.

내가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

 

빠져있는 사람에게 나도 빠진다

빠져있는 사람들은 다른 것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들의 눈은 자신만을 향해있다.

난 그를 뚫어지게 볼 수 있다

뚫어지게 봐도 그는 모른다.

그런데 그가 말하고 읊조리는 노래들은

나에게 이야기 하는 듯 하다.

 

노래가 주는 위안은 바로 이런 것이다.

내 어깨를 두드려주는 것,

전인권의 [걱정하지 말아요]를 한동안 들으며,

난 매일 아침 힘을 얻었다. 최면을 걸었었다. 걱정할 것이 없다고...

그리고 바비김의 [미친듯이 살고 싶어]를 들으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며, 힘을 얻었다.

[고래의 꿈]을 들으며, 쉰다.

어느새, 난 고래가 되고, 그의 노래가 바다가 된다.

그럼 난 바닷속을 천천히 유영하고 다니는 고래다.

육지동물이지만, 이제는 바다가 편안한 그런 고래가 된다.

그렇게 난 노래들을 통해서 난 내 영혼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빠진 사람들은

그 눈이 자신을 향해서만 있지만,

빠진 사람들에게서만이 난 위로를 받는다.

나에게 뭔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나의 어깨위에 손을 얹어 두드려주지만,

난 그 손이 때때로 무겁다.

빠져있는 사람을 보면, 난 내가 어느 곳에든 빠져야 하는 이유가 생긴다

나도 그들처럼 빠져들고 싶다

그래서 누군가 내가 빠져든 어느 곳에서 위로 받기를 .....

나도 모르게 어느 누가 내게서 쉬기를.....

 

그렇게 난 빠지고 싶다

눈은 나 자신만을 보고 있으면서도

나를 보고 있는 이들에게는 나 자신에 있는 것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드러내는 것. 그런 삶을 살고 싶다

그가 빠진 그 곳에 나도 빠진다.

내 눈은 나만 보고 있다.

 

 

아마 5월 어느날 일기

 

분실....바비킴 본 사람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했더니.

그래도 어디엔가 있지 했더니.

오늘은 없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며칠째 보이지 않던 바비 킴 cd

없다.

어제밤에는 집을 샅샅히 뒤져보았지만 없다.

어디로 갔을까?

길 가다가 바비킴 cd를 흘렸을리는 없는데,

사무실에도 없는데.

내 귀에는 바비킴의 목소리가 쟁쟁한데, 없다.

내가 좋아하는 바비킴 cd인데... 없다

 

잃어버리는 것을 무지 싫어하면서도 항상 잃어버리는

잃어버려야 할 것들을 이미 잃어버려 잃어버려도 상관없는 것들뿐인데,

잃어버리고나면 다 잃어버리는 듯 싶은데...

잃어버리는 것들이 이제는 무감각하리만도 한데

아직도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을 보면 잃어야 할 것들이 아직은 남아있음이 분명하다,.

좀 더 잃어보자. 잃는 것에 무감각해질때까지

잃어버리는 것이 없어지는 것, 버리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때까지

나에게 잃어버리는 행진은 계속될 듯 싶다.

 

근데 그만 잃어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