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제본
무선철제본을 떡제본이라고 한다.
난 준비없이 이 곳에서 일하게 되었으므로 공식적인 명칭은 몰랐다.
아직도 떡제본이라고 하지 무선철제본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떡제본...
지금 진행중인 작업분은 사철마루양장본이다.
그건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면서,
풀이 잘 앉을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음 작업을 해야 튼튼한 책이 된다.
오늘 잡지 하나가 끼어들었다. 그냥 떡제본이다.
사철마루양장에 비한다면 떡제본은 기계가 거의 다 알아서 해 주니까
책을 만드는 데 시간이 얼마 안 걸린다. 막간을 이용해서 1000부는 거뜬히 만들어낸다..
떡제본- 문선철제본으로 작업하는 잡지를 보면서 생각나는 게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초등학교때 노트는 지금 생각해보면 중철본이라고 할 수 있다.
가운데 실을 매어서 만들었으니까... 본드칠은 하지 않았지만...
그런데 실을 맨 그 노트를 쓰다가 처음 본드를 붙인 무선철노트를 샀던 날이 생각난다.
중철노트는 그림이 그렇게 이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무선철노트는 그림이 너무나 이뻤다,
그리고 모서리에 각이 져있어서 보기에 아주 좋았었다.
난 모든 노트가 무선철 노트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몇 과목의 노트는 남아있는 중철노트를 써야했었다.
가방에 나란히 꽂혀있을때 차이가 났었다. 난 무선철제본노트에만 필기가 하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첫장을 쓸때는 괜찮은데 서너장이 지나고 나면, 노트를 꺾어야 한다.
펼쳐지지 않기때문에 손톱으로 길을 눌러야만 했다. (아마 오싱 대신이겠지)
페이지가 넘어가면 갈수록 점점 더 노트가 잘 펴지지 않았었다.
중철제본 노트는 그런 면에서는 무지 편했다.
알아서 착 펼쳐져준다... 그러면 이제 전세는 바뀐다.
손에서 불편한 것은 마음에서도 멀어져버리고 만다.
학기가 끝날 때쯤이면 난 중철제본노트에만 필기가 하고 싶었다.
노트때문에 한 학기가 언제 끝나나 생각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학기가 끝나고 나면
부모님께는 노트의 남은 뒷장들을 모아서 연습장을 만들거나,
새 노트를 만들어서 쓰라고 하셨는데, 이 단계에서 무선철노트는 정말 환상이었다.
그냥 과감하게 마구 펼치면 된다. 그럼 짝 갈라지면서 너무나 깨끗하게 떨어진다.
그럼 그것으로 온전히 한권처럼 보일만큼....
표지만 없으면 무선철도 좀 부드럽기는 했던 것 같다.
중철노트는 손으로 찢으면 안된다, 가장자리가 너무 지저분하게 찢기거나,
혹 노트를 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때는 자를 대고 몇 번의 칼질을 해야만 한다.
때로는 쉽고, 때로는 어렵고..
노트에도 그런 다른 작업들이 있었던지 이제야 생각해냈다..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책들이 그 때 내가 쓰던 노트와 똑같아서...
꽝꽝 찍어내는 잡지가 옛날 보았던 노트를 연상시켰다...
난 지금 어느 노트를 할래? 하고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중철본으로 선택할거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