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목계
발비(發飛)
2005. 6. 1. 10:08
木鷄
내 책상앞에 붙어있다
목계가 붙어있다.
싸움닭이야기 목계
진정한 싸움닭이 되는 것은 나무로 만든 닭처럼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림없이
가만히 유지하는 것,
옆에서 어떤 닭이 와서
싸움을 걸든, 비위를 건드리던, 회유를 하건
그런 것과는 아랑곳없이 마치 생명이 없는 나무로 만든 닭처럼 변화가 없어야만 이길 수 있다.
감정의 기복이 만만치 않은 나로서는
그 이야기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고 할까..
찔렸다고 할까
책상앞에 붙여좋고 매일 한번씩은 쳐다보는데, 그러면서 마음을 잡는데..
어쩐지 요즈음은 쳐다본 기억이 없었다.
오늘 아침 문득 목계를 다시 보았다
참 오랜만에 본 듯 낯설면서도, 그래 그렇지 싶었다.
좀만 힘들면, 힘들고
좀만 기쁘면, 기쁘고
좀만 슬프면, 슬프고
그런 것....
목계이야기는 반드시 이기고자 누군가에게 싸워서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라
나를 다스리는 방법이 아닐까..
내가 팔팔거리면 뛸때마다 넘어지고 다치는 것도 결국은 나니까
진정하고 가만히 있으면서 내 몸을 지키자는 그런 말로 아침에 들렸다
오늘 아침에
목계는 나에게 누구와 싸워서 이기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렇다고 나를 이기자라는 그런 이야기도 아니라
다만 내가 다치지 않기 위한 그런 방어로서의 목계로 들린다.
세상은 참 여러가지 방법으로 끌어들인다.
살가움으로 손을 내밀기도하고
외면으로 외로움을 느끼게 만들기도 하고
배신으로 칼을 갈게도 만들고
칼을 갈기위해 누구와 손을 잡게도 만들고
참 여러가지 방법으로 세상속에 나를 집어넣으려하고,
세상속으로 들어갔나싶으면, 어느새 세상밖으로 내쳐진 자신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똑같은 일의 반복이다.
어느 어릴적부터 우리의 삶은 그런 것의 연속이다.
목계
오늘 아침 목계는 그런 것으로 부터 떠나는 아니 초연해지는
싸움판 가운데에 서있지만, 사람들은 "싸워라! 싸워라!"고 소리치지만,
꿋꿋히 가만히 있을 수 있는 힘, 그런 힘이 있었으면 하는 아침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견딜 수 있는 힘. 그런 힘을 갖고 싶은 아침이다.
나무로 만든 닭처럼 가만히 있기만 해도 살아갈 수 있는데.
나무로 만든 닭처럼 가만히 있기만 해도 이길 수 있는데,
퍼덕거리고 날뛰고... 제 풀에 죽고마는 그런 불쌍한 모습은 싫은데...
오늘 하루 목계로 있어보는 것이 목표다.
나무 닭인 듯 하루를 살아보겠다.
오늘은 그렇게 의식을 하고 하루를 살아보겠다.
그 하루가 어땠는지는 저녁때 나에게 물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