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대로 詩

[김남주]솔직히 말해서 나는

발비(發飛) 2005. 5. 29. 23:32

  솔직히 말해서 나는

 

  金南柱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지 몰라
  단 한방에 떨어지고 마는
  모기인지도 몰라 파리인지도 몰라
  뱅글뱅글 돌다 스러지고 마는
  그 목숨인지도 몰라
  누군가 말하듯 나는
  가련한 놈 그 신세인지도 몰라
  아 그러나 그러나 나는
  꽃잎인지도 몰라라 꽃잎인지도
  피기가 무섭게 싹둑 잘리고
  바람에 맞아 갈라지고 터지고
  피투성이로 문드러진
  꽃잎인지도 몰라라 기어코
  기다려 봄을 기다려
  피어나고야 말 꽃인지도 몰라라

  그래
  솔직히 말해서 나는
  별것이 아닌지 몰라
  열 개나 되는 발가락으로
  열 개나 되는 손가락으로
  날뛰고 허우적거리다
  허구헌 날 술병과 함께 쓰러지고 마는
  그 주정인지도 몰라
  누군가 말하듯
  병신 같은 놈 그 투정인지도 몰라
  아 그러나 그러나 나는
  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인지도
  눈물로 눈물로 출렁이는
  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인지도 몰라라 기어코
  어둠을 사르고야 말 불빛인지도
  그 노래인지도 몰라라

 

 

 

그럴지도 몰라.

아니

넌 그래.

너의 모습이야

바로 너의 모습을 이야기해주네.

너를 위해 이 시를 보낸다네

어쩌니?

너 그래서 어쩌니?

앞으로도 살 일이 태산같은데 너 그래서 어쩌니?

이 시를 보는 순간 너가 생각나니 이를 어쩌니?

몰라서 어쩌니?

개코도 몰라서 어찌 사니?          -내가 나에게 하는 주절거림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

아쉬움이 싹트는 소리.... 일요일이 다 간다.

 

다 가는 즈음에

ebs에서 분단문학을 이야기 하면서 김남주의 '조국은 하나다' 라는 시를 보여준다.

문득 보다가 김남주를 생각한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 단 한번 정도 그의 시를 보았던가.

조국은 하나다 정도?

문득 또 잊혀지기전에 한 편이라도 찾아보자 싶어 검색창을 두드린다.

몇 편을 훑다가 필이 꽂힌다,

한순간 쭈루룩 읽어나가다가 나에게 내가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