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돌아온 책 한 권

발비(發飛) 2005. 5. 11. 11:12

제본을 해 주면, 혹 어느 양심있는 출판사에서는

제본소에게 다시 책을 보내준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이겠지만,

찍어내서 나간 책을을 다시 볼 수는 사실 없다.

찍히면, 밴딩되어서 나가기 바쁘니까...

그런데 출판사에 갔다가 다시 오는 책을 보면, 눈물 날 정도는 아니지만 무지 반갑다.

내 손을 거쳐서 나간 것들이 딱 이 모양으로 서점에 가겠구나  생각하면,

마음이 아련하기도 하고 ...

 

오늘은 문학잡지사에서 책이 한 권 왔다.

사장님은 관심이 없으신지, 커버를 몇 번 쓰다듬고는 책상위에 던져 두신다.

내가 얼른 집어서 밴딩기옆에 몰래 끼워두었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봐야지...

내가 만든 책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파지들은 연결되지 않는 종이이다,

물론 연결되지 않아서 내가 좋아하는 점도 있지만.

활자들의 이야기.

 

흑인들의 뿌리찾기처럼,

그 활자의 근원은 어디이며, 무엇때문에 그런 글씨들이 빼곡히 박혀있었는지.

글쓴이는 무엇을 이야기 하려고 그 페이지에 그런 말을 쓴 것인지

내가 상상하고 있었던 이야기와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

뿌리 찾기 게임을 하고 싶다.

이 책의 파지를 읽었었더라면 좋았을걸

난 아무래도 이 책의 파지는 읽지 못했던 것 같다.

스르륵 넘긴 책에서 익숙한 것이 없는 것을 보면.

 

점심시간이 되면, 돌아온 책을 봐줘야 겠다.

돌아온 책은 좋을까 나쁠까

제본소로 돌아온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밴딩기 사이에 끼어 있는 책이

서점 삐까번쩍한 가판대에 있기를 원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