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로 만난 사람..조정권
제본을 하다보면,
파지가 나온다.
오늘도 여기저기 파지들이 지천으로 깔려있다.
점심을 먹으러 가다가, 발에 걸리는 남자.
물론 파지에서...
담배 하나를 손에 들고,
아직 불을 붙이지 못했는지 라이터도 같이 들고 있는 손이 고운 남자.
약간 헝크러진 듯 부드럽게 내려온 머리.
중년이상의 연배... 느낌이 아주 멋진 부드러운 그렇지만 강해보이는 남자.
그 남자가 찍혀있는 파지가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발을 디디다 말고, 난 파지를 주웠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잡지에 나온 기사인 듯 싶다.
제목은 모르지만, 대담을 하고 있는 기사인 것이 분명하다.
나의 콘테이너벨트앞에 있었던 것이 아닌지 생소해서,
난 점심먹으러 가던 길을 멈추고, 기계옆에 기대어 앉았다.
몇 페이지쯤일까...
아마 열 몇 페이지는 되는 듯 싶다.
-프라하의 음-
이 구시가는 아날로그다/ 아날로그로 하늘과 물을 녹음한 LP판을 틀어놓은 것 같다/ 흐라하의 밤은 둔중한 퉁주저음을 낸다.
제가 여행차 프라하를 몇 번 가봤는데 이프라하란 도시를 만약 음색으로 표현해본다면 어떤 악보가 될까, 한번 음색으로만 이 도시를 소리나게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겼지요. 도시의 색은 단색조 모노톤이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요즘의 디지털이 아니고 아날로그이고, 도시의 참탑들은 피아노 음 중에서 가장 높은 음인 'C 샤프 마이너' 겉더군요. 음악을 잘 모르는 분들은 이 시가 무슨 소리인지 모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프라하란 도시를 음으로 조각한 시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 시를 썼습니다.
그의 시와 그의 시에 대한 이야기다.
여행을 하고 눈을로 보고 시를 쓴다.
아 행복하겠다.
난 그의 글을 보아도, 프라하가 보이는 것 같은데,
그런데 자세히 거리에 떨어진 돌멩이가 보고 싶다,
프라하 거리에 돌멩이들은 무슨 색인지. 프라하 거리의 나뭇잎들은 어떻게 날리는 지
보고 싶다.
프라하 사람들은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프라하에서는 무슨 냄새가 날까?
그리고나서 프라하에 대한 시를 쓴다.
멋지겠다... 아직은 아직은 꿈꾸는 나이...
뒹굴어다니던 파지 한 장을 주워다 한 참을 넋을 잃고 보다가.
괜스리 점심시간만 놓쳤다.
오후엔 짐 나를 일도 많았었는데... 배고프고 힘들어 죽는 지 알았는데...
그런데 그 남자시인의 얼굴이 떠나지 않는다..
멋지다. 프라하가 어울릴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