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대로 詩

[조정권] 이 마음의 길

발비(發飛) 2005. 5. 10. 12:57

이 마음의 길

 

조정권

 

서울 미대교수 옷

길가에 벗어서 잘 개어놓고

혜화동 골목길 공주집 귀퉁이에

쭈그리고 취해있는 장욱진이 걸치고 있는

초겨울 햇빛.

그 햇빛 옆이 나 사는 곳.

 

세상은 넓다

내가 디디고 있는 곳은 가로 30 세로 40 정도 일 것이다.

매일 아무리 많은 곳을 다니더라도.

내가 디디고 있는 곳은 항상 그 만한 넓이.

그 넓이밖에 되지 않는다.

30*40에 살면서,

기우뚱 기우뚱.... 디디고 선 땅이 좁아서, 들고 있는 내가 너무 무거워서.

기우뚱 기우뚱

 

조정권님의 [이 마음의 길]을 읽으면서, 갑자기 내가 디디고 있는 땅의 넓이를 생각했지.

그런데 내 발크기에 아무리 덤을 붙여봐도 30*40밖에 되지 않는다.

내 옆에 있는 사람...

그 사람의 땅, 또 그 사람옆에 있는 사람의 땅

또 그사람 옆의 옆에 있는 사람의 땅

그 사람들에게 모두 다 기대어 기우뚱거리는 나를 흔들리지 않게 있는 것.

 

나의 옆에 있는 사람의 옷은 햇빛 따스한 거리 한 켠에 고이두고,

그 옆에서 햇빛옷을 입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보는 나.

나에게도 햇빛 한 자락

친구에게도 햇빛 한 자락

벗어놓은 옷에도 햇빛 한 자락...

그것도 초겨울 햇빛 한 자락...

난 햇빛들과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시인이 말하고 있는건가?

 

내가 디디고 있는 땅은 얼마되지 않지만,

내가 쏘이는 햇빛들은 30*40의 몇 배나 될 것이다.

친구의 햇살 한 자락까지 덤으로.. 친구가 벗어놓은 옷에 묻은 햇빛 한 자락까지 덤으로...

 

시인의 눈이 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