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이사

발비(發飛) 2005. 5. 9. 04:08
저희 사무실에는 화분이 다섯개가 있습니다.
모두 다른 종류의 난 화분이지요.
개들은 행사때마다, 들어온 것들인데
여러분에게 나누어드려도 꼭 남는 것들이 있네요.
전 사실 좀 귀찮습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돌봐주어야 하니까요..


오늘은 5월의 두번째 날
출근길에 날씨가 무지 무지 좋더군요
사물실에 들어서자, 맨먼저 화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햇살 좋은 날 ,
저보다도 더 햇살이 필요한 것들인데...
일년내내 사무실 구석자리만을 그것도 침침한 구석자리에 내버려두었던 겁니다.


식물과 동물의 차이점
동물은 움직일 수 있다
식물은 움직일 수 없다


그 약점을 이용해 생명이 있음에도 절대 햇빛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더라구요.
이 햇살 좋은 봄날에...
난 개들이 귀찮지만, 오늘은 마음이 안 됐어서...
자리를 물색해보기로 했습니다.
책이 마구 쌓여져 있는 베란다가 눈에 띄었습니다.
동향이니 아침해는 아주 많이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곳에 책들을 정리하고,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난 화분 다섯개를 옮겨놓았읍니다.
다섯개를 옮겨두고, 기념으로 물도 주었습니다.


근데,, 약간의 걱정은
일년내내 햇빛이라고는 보지 않고 자란 것들이
갑자기 5월의 햇살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베란다로 보내놓고 보니,
햇빛아래로 보내놓고 보니.
항상 초록이다 싶던 난잎들이 파리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이겨내기를 ...
지금은 낯선 곳이겠지만, 햇빛도 이겨내고,
다른 맛의 공기도 이겨내고,
항상 높은 곳에 있던 ,,,그렇지만 지금은 바닥에 놓여진 높이도 이겨내고.
오늘 아침 이사를 간 난화분들이
지금 저들이 그 곳에 잘 길들여지기를 바랍니다.
초록이 더욱 선명해지길...
그곳에서 더욱 잘 자라길...
그렇게 바라면서 내 등뒤에 있던 화분의 빈자리가 휑합니다.
이제 개들을 보려면,
몇 걸음 옮겨서 제가 가야 합니다.
개들은 식물이니까 움직일 수 없으니까 내가 가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