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대로 詩

[서정주] 신록

발비(發飛) 2005. 5. 9. 01:52

-신록-

 

서정주

 

어이 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날 에워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신라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의 바람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흔들리는데

부르르 덜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