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대로 詩
[이탄] 옮겨 앉는 새
발비(發飛)
2005. 5. 9. 01:37
옮겨 앉지 않는 새
이탄
우리 여름은 항상 푸르고
새들은 그 안에 가득하다.
새가 없던 나뭇가지 위에
새가 와서 앉고,
새가 와서 앉던 자리에도 새가 와서
앉는다.
한 마리 새가 한 나뭇가지에 앉아서
한 나무가 다할 때까지 앉아 있는 새를
이따금 마음
속에서 본다.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옮겨 앉지 않는 한 마리의 새.
보였다 보였다 하는 새.
그 새는 이미 나뭇잎이 되어 있는 것일까.
그 새는 이미 나뭇가지일까.
그 새는 나의
언어(言語)를 모이로
아침 해를 맞으며 산다.
옮겨 앉지 않는 새가
고독의 문(門)에서 나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