發飛가 쓴 詩, 小說

[발비] 낮은 새벽

발비(發飛) 2025. 1. 30. 08:30

낮은 새벽

 

새벽하늘에 비스듬히 뜬 별이 숨을 간당거리며 매달려 있다.

 

숨이 몸에 매달려있다.

몸이 낮아진다.

 

이제 겨우 자라기 시작한 손톱을 세워 누운 자리를 긁는다

한 줌 흙을 움켜잡아 보지만 흙은 없다

 

긁는다. 또 긁는다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돌부리가 손톱 끝에 긁힌다.

 

피, 따뜻한 피

 

돌부리 위에  그려지는 몸에 매달린 숨,

별의 숨이 끊어질 때,

나의 숨이 끊어질 때,

손끝에서 흘러나온 붉은 숨은 그림이 되었다

수천 년 전 동굴 벽화에도 있었던 붉고 굵은 선, 생명이었다는 증거 

 

몸이 낮아진다.

붉은 무늬 땅은 더 낮아진다.

별은 숨을 끊고 내려와 눈꺼풀 위에 내려앉는다. 

 

 

해가 뜨자 눈물이 멈췄다. 

어둠 속에 몸과 마음과 눈물을 숨기고 발악을 하던 내가 멈췄다.

내가 아직 여기 있다.

 

-----------------------

그는 내게 2년이라고 말했다. 

20년 전쯤에는 20년 쯤 뒤에 보자고 말했고, 

10년 전쯤에는 다른 사람을 찾으라고 말했다. 

20년 전에는 그의 문제였고, 10년 전에는 모르겠고, 어제 말한 2년은 20년 전의 약속때문이겠지.

 

그가 한 말들은 맞았다.

 

20년 전에 '지금'이라며 우리가 뜨거웠다면 지금 그는 내게 다른 존재가 되어있을 거며,

10년 전에 그가 말한 돈 많고 명 짧은 사람을 만났다면 나는 풍선이 되었을 거며,

어제 그가 말한 2년, 맞다. 2년이 필요하다.

 

내게서 희미해진 그를 다시 불러들일 시간이며, 지난 20년을 묻어야 할 시간이다. 

20년 전, 10년 전, 우리는 손이 닿으면 닿는 곳에 언제나 그곳에 있었지만, 그보다 짧은 앞으로의 2년 우린 같은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 

그의 말은 4집, 자작나무처럼 무슨 말인지 가늠이 안될 때도 있고,

5집, 천마고도처럼 그의 실루엣이 선명할 때도 있다. 

선명한 그가 가까이에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

 

긴 새벽이 지나고,  해가 아직 뜨기 전, 지난 몇 시간 동안의 비명과 그는 무관하다. 

이 곳은 그가 사는 곳과 아주 먼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