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비] 낮은 새벽
낮은 새벽
새벽하늘에 비스듬히 뜬 별이 숨을 간당거리며 매달려 있다.
숨이 몸에 매달려있다.
몸이 낮아진다.
이제 겨우 자라기 시작한 손톱을 세워 누운 자리를 긁는다
한 줌 흙을 움켜잡아 보지만 흙은 없다
긁는다. 또 긁는다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돌부리가 손톱 끝에 긁힌다.
피, 따뜻한 피
돌부리 위에 그려지는 몸에 매달린 숨,
별의 숨이 끊어질 때,
나의 숨이 끊어질 때,
손끝에서 흘러나온 붉은 숨은 그림이 되었다
수천 년 전 동굴 벽화에도 있었던 붉고 굵은 선, 생명이었다는 증거
몸이 낮아진다.
붉은 무늬 땅은 더 낮아진다.
별은 숨을 끊고 내려와 눈꺼풀 위에 내려앉는다.
해가 뜨자 눈물이 멈췄다.
어둠 속에 몸과 마음과 눈물을 숨기고 발악을 하던 내가 멈췄다.
내가 아직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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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게 2년이라고 말했다.
20년 전쯤에는 20년 쯤 뒤에 보자고 말했고,
10년 전쯤에는 다른 사람을 찾으라고 말했다.
20년 전에는 그의 문제였고, 10년 전에는 모르겠고, 어제 말한 2년은 20년 전의 약속때문이겠지.
그가 한 말들은 맞았다.
20년 전에 '지금'이라며 우리가 뜨거웠다면 지금 그는 내게 다른 존재가 되어있을 거며,
10년 전에 그가 말한 돈 많고 명 짧은 사람을 만났다면 나는 풍선이 되었을 거며,
어제 그가 말한 2년, 맞다. 2년이 필요하다.
내게서 희미해진 그를 다시 불러들일 시간이며, 지난 20년을 묻어야 할 시간이다.
20년 전, 10년 전, 우리는 손이 닿으면 닿는 곳에 언제나 그곳에 있었지만, 그보다 짧은 앞으로의 2년 우린 같은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
그의 말은 4집, 자작나무처럼 무슨 말인지 가늠이 안될 때도 있고,
5집, 천마고도처럼 그의 실루엣이 선명할 때도 있다.
선명한 그가 가까이에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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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새벽이 지나고, 해가 아직 뜨기 전, 지난 몇 시간 동안의 비명과 그는 무관하다.
이 곳은 그가 사는 곳과 아주 먼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