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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선 에세이] 6-3, 6-4
발비(發飛)
2019. 6. 27. 10:23
6-3
9호선의 객차 수가 6량으로 늘어 6-3이 늘 타는 자리가 되었다.
늘 이용하는 전철역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는 6-4,
6-4, 끝 객차는 좌우의 탄력을 가지지 못하고, 일방 탄력만 가지고 있다.
그래서 6-4는 나아질 확률이 적다.
한쪽이 벽이기 때문이다.
6-3은 좌우 탄력, 좌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한치의 틈도 없이 끼어타는 9호선에서는
오른쪽 사람이던, 왼쪽 사람이던 한 사람만 내려주면 숨을 잘 쉴 수 있게 된다.
오늘도 6-4를 지나, 가능성이 좌우로 열려있는 6-3에 줄을 섰다.
간혹 늦은 저녁 퇴근을 할 때면 6-4에 타본다.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서 눈을 감고 있기도 하고, 스마트폰을 보기도 한다.
벽이 기댈 언덕이 된다.
기댈 언덕이 필요한 것은 그나마 정신이 있을 때 이야기지.
도무지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는 출근길 9호선은 기댈 언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장애물이 되어버린다.
생각해본다.
살다보면,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에는 마음이 움직일 공간, 몸이 움직일 공간이 필요한 것이지
기댈 언덕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다.
6-3에서는 한 뼘의 공간이 생길 확률이 더 높다.
그래서 나는 늘 기대하며, 6-3에 줄을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