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과 심상정
가족들이 어버이날을 핑계로 간만에 보였다.
가장 늦게 도착한 내게 투표를 했냐고 묻는다.
했다고, 했고, 모두들 했다고 한다.
표는 흩어졌다.
나와 동생과 올케는 문재인, 아버지와 엄마는 심상정을 찍었다고 했다.
징하게 살아내야하는 우리는 문재인,
아랫대의 안위를 걱정하는 부모님은 심상정,
이상적이라고, 의미있는 한 표가 될 것이라고, 우리는 각자의 역할을 잘 하고 있는 듯 오래간만에 서로를 칭찬했다.
가족이 같은 생각이라서 다행이다.
(최근 꽤 친하게 지내는 분이 문빠를 강력하게 공격하는 안빠라 곤혹을 치르는 중이었다.
나는 이념때문에 가족을 버리고 월북한 고향의 어느 집 종손을 떠올리며, 그분에게 모든 것을 나눌 수는 있어도 이념은 나눌 수 없는 것이라고,
나를 가족을 버리고 월북한 사람이라고 여기라고 했다. 그분은 웃었지만, 오늘도 문재인후보의 아들에 대한 네거티브기사를 내게 보냈다.)
우리 가족은 같은후보를 찍지는 않았지만, 맘에 드는 투표를 했다고 좋아하며 저녁을 먹었다.
만약 투표권이 하나 더 주어진다면 누굴 찍겠느냐는 말에, 우리 모두는 동시에 '유승민'이라고 했다.
선거는 지지하는 사람을 위한 투표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지지하는 후보가 함께 일을 할 파트너를 결정하는 일이기도 한 것이라는 생각에 미친 것이다.
뭔가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에게 새로운, 좋은 경쟁 파트너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말이 통하고, 토론이 가능한 적은 얼마나 훌륭한가.
심상정이 유승민 화이팅을 외친 이유이며,
문재인이 바른 정당 의원의 대거 탈당 후 유승민에게 그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넌지시 주었던 이유와 같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적이 있다.
때로 이런 적은 나의 편보다 훨씬 훌륭하기도 하다.
적의 좋은 의견을 토론을 통해 알게 되고, 그들의 의견이 나의 주장을 더 견고하게 만들기도 하고,
그들의 의견이 나의 견고하지 못한 주장을 허물어지게 하기고 하고, 그 반복을 통해 우리는 나아진다.
내일은 대통령의 선거일이다.
대중이 변화를 결심하는 순간은 흔치 않다.
그 흔치 않는 시점에 후보자들이 있다. 그것만으로 지금의 후보들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후보들은
등잔에 기름을 준비하고 신랑을 기다리는 신부처럼,
누가 기름을 충분히 준비하고, 지치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렸는지,
그 기다림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를 만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다.
대중이 변화를 결심하는 순간은 흔치 않다.
모두들 화이팅 하길 바란다.
마음으로는 아니지만, 오늘도 안철수의 기사를 전달해 주신 그분의 선의를 믿으며 안철수까지만!
후안무치인 홍준표는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