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로고로뇨 ᆢ씨앗으로 남다

발비(發飛) 2015. 4. 10. 00:51

산티아고 6일차ᆢ7일차가 되던 날, 함께 걷던 친구들과 헤어지기로 했다.

이곳에서 하루를 더 묵기로 한 것이다.

알베르게의 아침은 새벽 여섯시부터다.

남기로 한 나는 모처럼 늦잠을 자려하였으나 수십명이 동시에 길을 떠나는 준비는 엄청난 소리를 냈다.

늦가을 낙엽이 바스라커리는 소리처럼 하나의 소리가 아닌하덩어리의 소리.

가는 일은 쉬웠다. 머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모두 떠나는 길에 손을 흔들며, 모두가 떠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씨앗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모든 것을 품고, 그들이 멀리서도 알아볼수 있도록 같은 모습을 간직하고싶은, 해야하는 씨앗

씨앗은 꽃과 잎과 가지가 떠난 뒤, 기억을 생산하는 것이었다.

꽃과 잎과 가지가 멀리서도 떠난곳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도록,

나는 꽃이었던 아이가 추천한 음식을 먹고

잎이었던 아이에게 배운 말로 다른이에게 말을 건네고

가지였던 아이가 일러 준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