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波瀾萬丈
파란만장波瀾萬丈
파도(波濤)의 물결 치는 것이 만장(萬丈)의 길이나 된다는 뜻으로, 일의 진행(進行)에 변화(變化)가 심(甚)함을 비유(比喩ㆍ譬喩)하는 말로 쓰임
이번주가 종강이다.
레포트들이 온 메일을 정리하는 중, 몇 몇 학생들로부터 재미있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그냥 그대로를 받는다.
형식적인 인사라고 생각하지 않고 진심일 것이라고 받는다.
왜냐하면 진심으로 나도 그들이 고마우니... 실로 파란만장한 2014년이었다.
나를 둘러싸고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태풍의 핵처럼 나를 고요하게 하려 최선을 다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건 나의 의지이기도 하였지만, 발을 다치는 사고까지 있어서 절대적으로 고요했다.
내가 살던 세상과 완전히 격리된 채 말이다.
하지만 그 시간에도 분명 별의별일들이 다 일어났고, 나의 위치는 계속 바뀌고 있었다.
공전을 하면서 자전을 하는 지구처럼, 그래서 지구인은 정작 움직임을 느끼지 못하는 딱 그것처럼
나는 창밖으로 계절이 몇 번이나 지나가는 것만 보았을 뿐이다.
이것이 긍정적인 것인지 부정적인 것인지 아직은 모른다.
그런데 뭔가 종류가 많아졌다는 것.
좀 복잡해졌다는 것.
소속이 있을 때는 소속 안에 하나로 묶여있어서 잡다한 것들이 많아도 그건 일 하나인데,
밖에서 일을 하니 하나하나가 모두 각개로 흩어져서 수많은 것이 되었다.
그렇다면 조직은 꿰는 일일지도.
어찌저찌 이런 나의 2014년이 '파란만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단어의 뜻을 찾아보았다.
이런 뜻이었구나 하며 곰곰히 생각하는데, 나의 2014를 파란만장하다고는 할 수 없을 듯 하다.
적어도 파란만장은 형이하학적 상황, 동적 상황에 더 어울리는 말일 듯 하다.
나는 어느때보다 고요했으므로 아닌가... 하는 쪽으로 기운다.
헛다리 단어; 다른 것 같다.
그러나, 박찬욱 감독이 아이폰으로 찍었다는 영화 [파란만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박찬욱 감독의 단편은 어떤지, 아이폰으로 찍은 영화는 어떤지 궁금한 마음에 얼른 다운을 받아서 관람했다.
이정현이 무당으로 나오고 오광록이 나오는 33분짜리 짧은 영화였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죽은 남자, 그 남자를 하늘로 떠나보내는 무당, 굿 이런 것이다.
실로 파란만장한 삶들이 굿판 가운데 수도 없이 손바닥을 비빈다.
그래, 바로 이런 장면. 그곳에 등장한 사람들이 파란만장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파란만장'이라는 단어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게 맡기고 나는 파란만장하지 않은 것으로..
그저 좀 어수선했던 한 해 였던 것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그정도가 괜찮을 듯 싶다. 너무 센 말을 내 삶에 끼워 넣는 것은 좀 두려우니까.
어쨋든 나는 마지막 종강 수업 준비를 하고 있고,
정신없었지만, 보람있던 한 한기였던 것으로 마무리하련다.
파란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