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대로 映畵

[중국] 완령옥 (롼링위)

발비(發飛) 2014. 10. 10. 22:34

 

阮玲玉, The Actress, 1991 홍콩 167분

관금붕 감독, 장만옥, 오계화, 진한, 양가휘

 

어제 ebs의 [인생수업]이라는 프로에 요조와 함께 고 최진실의 아들인 환희가 나왔다. 이들은 행복보다는 불행에 가까운 삶이 곁에 있다고 어느 정도 합의를 하고, "What makes you happy?"를 외치며 행복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이야기였다. 자연스럽게 최진실이 생각났고, 이어서 이은주도 생각났고, 나는 꼬리를 물듯 아름다운 여배우의 죽음이 떠올렸다.

 

그러다 떠올린 홍콩영화 [완령옥] 1991년에 개봉한 영화인데, 알고만 있고 보지 않았던 영화였다. 그걸 찾아 보았다. 장만옥과 양가휘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괜찮을 것이다 하면서... 이영화로 장만옥이 베를린영화제 주연을 탔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구성이 좀 복잡하다. 1930년대 무성영화시대에 중국 여배우 완령옥의 짧고도 화려했지만 자살이라는 비극으로 삶을 끝낸,

그녀의 일생을 현재 시점에서 그녀와 그녀의 주변사람들을 연기한 배우들이 완령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다큐와 그들이 재연하는 영화가 교차하면서 영화를 진행된다.

이런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 몰입에 방해가 되었지만, 반 이상을 지나자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 묵직함을 준다는 측면에서는 멋진 연출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장만옥이 다큐에 해당하는 장면에서  "나랑 비슷하지 않아요?" 하는 장면과 장만옥과 양가휘가 완령옥과 채초생의 관계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이는 장면은 60년 이상의 시간을 넘고도 사람의 삶이라는 것은 별반 차이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었다.

 

1930년대 중국 상해가 배경으로 완령옥이 25세의 나이로 자살을 하기 전 5년동안의 이야기로, 그녀의 첫 남자이자 그녀의 자살 동기가 된 장달민,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였으나 유부남이었던 당계산, 그녀가 열정을 다해 연기한 영화의 감독들, 그녀는 그들과 함께 삶과 영화에 임했으며, 최고의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진지하게 자신의 삶에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채초생감독의 제안으로 [신녀]라는 영화를 찍게 되는데, [신녀]는 당시로는 실존인물을 다룬 영화인가 본데(꽤 유명한 영화인가 보다. 지금도 이 영화의 파일이 돌고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기자들은 연예인 사생활을 캐내기는 주종목인듯, 기자들의 터무니없는 공격으로 자살한 인물을 완령옥이 연기하게 된다. 장만옥이 완령옥의 이야기를 듣고 나랑 비슷하다고 한 것처럼, 완령옥 또한 [신녀]의 실존인물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듣고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하며 혼신의 연기를 한다. [신녀]의 시사회가 열리자, 기자들은 자신들을 공격한 이야기라며 기자에 대한 부정적인 부분을 삭제하라고 요구하며, 감독보다는 당시로는 스타였던 완령옥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첫남자인 장달민을 이용해 완령옥이 유부남과 동거를 하고 있는 간통녀라는 정보를 흘리고 소문은 일파만파. 사실이기도 하고, 사실이 아니기도 한 소문을 감당하지 못한 완령옥은 결국 자살을 한다. 장만옥이 죽은 완령옥을 촬영하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는데, 그 장면을 연기하는 배우들과 스텝들, 영화 속의 영화, 그것이 더욱 영화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영화 속의 배우는 완령옥이 괴로워할때 아무도 도와주지 못했다고 고백을 했고, 영화 밖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들 또한 각자 그러한 삶을 살고 있는 배우들이었을 것이다. 시간은 60년 차이인데... 그리고 또 20년이 지난 지금도... 영화에서도... 우리들도...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초반 몰입이 힘들었다는 것, 영화의 구성, 감독의 묘수였으면 한다. 어려운 초반이 어쩌면 그저 남의 이야기하듯 팔자 사나운 여배우의 삶을 묵직한 여운이 남는 이야기로 만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난 점은 1930년대의 중국, 그들이 왜 우리만큼이나 일본을 싫어하는지 좀 알 것 같은, 그들이 공산주의를 거친 거대국이라 그들 또한 피해국 혹은 고통받은 어느 때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안 해서 그렇지, 당시에는 우리와 같이 일본의 괴롭힘을 당했던 모양이다. 일본에 대한 저항, 시대의 불안을 이겨내려는 공산주의 이전 영화판의 중국진보를 보는 재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