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달
옛날, 어느 어느 옛날에,
나는 낙타몰이꾼이 이끄는 대로 방향도 시간도 알 수 없는 사막 한 가운데,
하얀 달이 동서남북도 알 수 없는 어느 지평선, 그 선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때,
그가 밤이라 해서 밤인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작은 나무 한 그루만 있어도 사방 분간이 어느 정도는 되었을 것이지만,
그 곳은 정말 작은 돌덩이 하나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일까? 좀 어둑해진다 싶더니 점점 더 밝아지기 시작했다. 달이다.
사방이 없는 사막달이 어찌나 밝던지 천지가 환했다.
달 하나가 너무 밝아 잠을 잘 수조차 없다.
달 하나가 너무 화려해 절로 흥이 나기도 한다.
덩그런 사막에 위로는 달 하나,
그 직선 거리에 마주 누운 나 이 모씨.
낙타몰이꾼과 낙타는 사라졌다.
사막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갑자기 나타나니까....
우리는 하나도 무섭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며 넷은 나란히 누워있었다
우리는 옛날 옛날, 그 옛날 아침 낙타투어사무실에서 만났었다.
사막에 비하면, 낙타에 비하면 너무나도 친밀했던 넷은 사막달이 떠 있는 내내 이야기를 했다.
그 옛날 보다 엄청 더 오랜 옛날 일들과
더 오랜 옛날 사랑과
더 오랜 옛날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타이맥스 시계를 절대 낙타몰이꾼에게 주지 말자는 맹세도 함께 했다.
사방이 없는 사막과 사방없는 하늘과 덩그런 달과 덩그런 이모씨, 그리고 세 명.
이름도 얼굴도 타이맥스 시계 말고는 그 날 나눴던 이야기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은 것은
사막때문일까? 사막달때문일까? 가끔 생각한다.
둘 다 너무 주술적이었다. 그래, 주술적이었다.
너무 환했던 달, 그 달을 하얗게 받아주던 사막의 모래는,
옛날 옛날 한 옛날에 굿판을 벌이기에 딱 좋은 조합이었다.
그 앞에 누웠던 넷도 그랬던 것 같다.
그 뒤로 한동안
몇날 며칠 뜨거운 사막을 건너는 것 따위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그때의 사막달을 떠올리면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