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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스코, 12각돌

발비(發飛) 2014. 8. 16. 16:27

 

요즘 꼭 챙겨 보는 것이 [꽃보다 청춘]이다.

어제 방송에서는 쿠스코의 12각돌과 아르메스광장이 나왔다.

내가 그곳을 다녀온지가 벌써 7년이 지났다ᆞ

사람들의 저마다의 이야기로 여행을 떠나는데, 난 그떼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라는 체게바라의 영화에 빠져 그 길을 함께 가보고 싶었다.

12각돌도 그 영화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체게바라가 쿠스코의 아이들과 12각돌, 정확히 말하면 잉카의 돌에 대해서 말하는 장면이 있다.

스페인의 돌은 바보돌이라고 했다.

아이들의 눈에는 그들이 쌓은 돌은 그저 쌓을 뿐이지 작은 기후 변화에도 무너지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난 저 곳에서 체게바라처럼 돌들을 만져보았다.

마추픽추에 가서 "우리는 보지 않는 것을 그리워할 수도 있군요" 라는 체게바라의 대사를 몇번이고 따라 읊조렸다.

[꽃보다 청춘]이 자체 시청률을 갱신했다는 기사가 났다.

사람들이 보는 이유와 내가 보는 이유는 좀 다를 것 같다.

저 곳을 여행하고 며칠만에 바로 일에 복귀했어야 했으므로 사진정리도, 그곳에 대한 필터링도 되지 않은 채 내게 잊혀졌던 곳이다.

그런데 그들이 라마를 갔을 때 라마의 아르메스 광장과 시장이 눈에 익고,

이카를 가서 샌드보드와 샌드바이크를 탔을 때 나도 그곳에서 그들처럼 소리를 지르며 스릴을 즐겼던 순간이 생각났다.

윤상은 말했다.

사막에 와 보는 것이 꿈이었다고,

나는 그 유명한 윤상의 꿈길을 다녀왔다는 사실에 고무되었다.

좀 어두운 마음으로 제주를 걸으며, 잠시 쉴때마다 이카를 여행하는 그들을 보았다.

괜히 에너지가 생겼다.

오래전 다녀온 그곳에서 쿵쿵 땅을 울리며 내게 에너지를 주는 듯 했다.

어제도 그랬다.

그들이 탔던 16시간 버스를 타고, 제발 잠을 자자! 주문을 외며, 고산증으로 깨질 듯한 두통에 몸부림을 쳤다.

멀리 쿠스코가 보일 때의 안도감, 생각보다 쿠스코가 너무 커서 이리 저리 길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긴장하며 걸었던

...그 길을 그들이 걷고 있다. 움직이는 동선이 너무 낯이 익다.

그 길을 새벽에 걸었으며, 그 황금빛 광장에서 밤을 보냈다.

나도 윤상처럼 고산증을 앓아 머리를 흔들 수 없어 조심조심 그 길을 걸었다.

그들이 산 옷과 같은 옷을 입고, 그들이 산 라마 모자를 나도 샀었다.

꿈은 이미 내게 들어와 있는 것이라는,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나도 옛날 사진들을 하나하나 꺼내보며 그 여행을 곱씹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