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again
아무것도 사실은 없다.
나를 시금석 삼아 던졌다.
두려운 것은 삼키고, 무서운 것도 묻고,
두려울 때 찾는 누군가... 무서울 때 찾는 누군가를 찾지 않고, 오로지 혼자 있고자 해 보았다.
나를 시금석 삼아.
어떻게 될까?
나는 후회한다.
지금부터 한 시간 전까지 나는 후회한다.
내 선택은..
내 곁에 있지 못하게 되었다.
잘 생각해보면, 나는 언제나...
도와줘! 라고 누군가의 곁으로 다가가며 외쳐야 했을 때, 늘 혼자 있기로 최종 결정했었다.
혼자 넘기기로 한다. 그렇게 했다.
누군가는 그런 내게 이런 이야기했다.
"구렁이가 너의 뱃 속에 아홉마리가 있어 첫번째가 아이고 죽는 소리를 하면 두번째 구렁이가 아이고하는 첫번째 구렁이를 통째로 삼켜버리고, 두번째 구렁이 몸 밖까지 아이고! 하고 새어나오면 세번째 구렁이가 삼켜버리고, 그래서 아홉구렁이가 다 삼킬 때까지...
뱃 속 바깥으로는 아무 소리도 새어나가지 않는다고.. 그래서 넌 지독하다고..."
누군가가 말하는 나의 이야기를 하는 소리를 들으며 참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했다.
내 뱃 속에는 아홉마리의 구렁이가 있어서, 내 마음과 느낌과 말을 삼킨다. 삼키다 삼키다 보면 말도 마음도 느낌도 말도 사그라진다.
난 아무 생각도 없는 사람이 되는거다.
묵살이 익숙한 나는 아무 생각도 없는 것이 아니라 생각 없이 행동하는 사람이 된다. 누군가에게.
이런 식의 나의 묵살이 그들에게는 어떤 걸까?
나는 한시간 전 좀 쉬운 방법으로 가기로 했다.
아니... 그냥 아이고! 하는 나를 내버려두기로 하고, 저녁 술을 마셨다.
말하자면 아홉마리 구렁이가 꼼짝 못하도록 술을 먹인 것이다.
막걸리가 가장 약한 나는 두 세잔에 취했다.
막걸리 몇 잔에 취한 내 뱃 속의 구렁이 아홉마리가 차례로 술에 취해 자신이 삼킨 말들을 뱉어 놓는다.
말들이 머리 밖으로... 튀어나온다.
말들이 주체할 수 없이 튀어나온다.
나는 허공에 떠도는 말들을 보다 보다 누군가를 떠올렸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고, 저 멀리 사람에겐 전활 걸었다.
문자를 보낸 사람들에겐 표정과 마음이 사라진 장난기 어린 문자가 왔고,
통화를 했던 사람에겐 그동안 연락이 끊어졌던, 그래서 그저 스테이였던 관계마저 완전히 잘렸다.
어쩔 수 없이 거리다.
그동안 연락이 끊어졌던 누군가에게 보낸 문자는 문자라서 넘어가주는데, 통화를 한 누군가한테는 가차없이 잘렸다.
그래서 생각했다. 아....거리...
세상 모든 사람과의 거리는 문자의 거리여야 한다.
난 문자의 거리에 있는 사람... 문자의 거리, 얼굴이 안 보이고, 호흡도 안 들리고, 표정도 없는 문자의 거리만 존재하는 관계.
그래서 통화를 한 누군가에게 문자를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미안합니다.
문자와 전화를 하다 남은 막걸리를 마신다.
겨우 한 병으로 지옥과 천국, 과거와 현재를 오락가락한다.
앞으로 한동안 막걸리여야 할 듯 싶다.
밥 대신 쌀로 만든 막걸리.
맥주 대신 술인 막걸리...
언젠가는 그걸 극복하겠다며 학습했던 막걸리. 뭐가 되었던 오늘의 결론은
alone again. 결국은 alone again. alone again.alone again
1800원 서울월매서울막걸리. 한 병 최강!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 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