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 별
우도, 별
우도 별을 손으로 만지면, 아폴로 11호가 생각났다.
아폴로 11호의 달처럼 내가 만진 우도별도 까칠까칠했다.
그가 그린 우도를 보고 물었었다.
이 우도그림은 우도의 어디에요?
그는 모른다고 했다.
그냥 우도를 그렸다고 했고,
... 의 시간이 지난 뒤에 그는
난 우도를 그린 게 아니고, 우도의 별을 그린 건데, 하며 그의 그림에 있는 캄캄한 하늘을 짚었었다.
그의 하늘에는 오돌토돌한 별이 있었다. 슬쩍슬쩍 하얀 빛이 났다.
손이 저절로 갔었다.
손끝에 아폴로 11호의 달처럼 그의 별도 까칠거렸다.
.
.
내가 우도를 간 것은 우도의 별을 실컷 보기 위해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에서 버스를 탔고, 성산포항에서 배를 탔고, 우도에서 또 버스를 탔다.
아폴로 11호처럼 멀리 가장 멀리 가기 위해 비양도 앞에서 내렸다.
호기심에 비양도를 건너가봤지만, 몽환적인 이름의 비양도로 가는 것은 우도를 가는 것보다 쉬웠다.
우도와 비양도 사이 바다 위로 길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 비양도의 바다에는 그의 별은 없었다.
산호뼈가 부서져 모래가 된 건데, 물의 반사가 달라. 그래서 우도 산호 바다 색은 다른 거야.
저도 그것쯤은 알아요. 다음엔 저도 갖고 올거에요.
이건 가지고 나오면 안되는거야. 큰 일 나.
아무일 없었잖아요?
그러니깐 말이야. 아쉬운 목소리였다.
저도 별을 그릴래요.
우도의 별을 찾아 산호바다를 찾아 간다.
그 길에 우도살레의 여자를 만났다.
살레는 찬장이라고 했다.
여자는 찬장이 좋은가보다,
귤아이스크림도 만들고, 백련초아이스크림도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자랑스런 마음은 여자의 눈에 그대로 보였다.
그런데, 난 여자의 얼굴을 보면 볼수록 그의 별을 잔뜩 보고 싶었다.
몇 번이고, 인사를 하고서야 헤어진 여자를 뒤로 하고,
월남전 참전 기념패가 달린 이발소를 지나, 1월에 푸른 열무밭을 지나, 진돗개로 보이는 개 두마리를 지나,
산호바다를 만났다.
ⓒ구절초
그의 별들이 그곳에 잔뜩이다.
환하고 환한 바다, 하얗고 하얀 산호뼈, 그 위에서 밝게 웃는 사람들.
캄캄한 하늘에서 까칠까칠하게 반짝이던 그의 별은 이렇게 밝은 것이었다.
그가 덮어버린 어둠 속에 겨우 빛을 내던 별은 원래 반짝이던 것이었다.
큰 일 날지도 모르지만, 한 줌 집어 들었다.
그를 닮은 별을 그리려고,
손바닥에 가득한 하얀 별들, 매끈거리는 별들을 보며 그의 얼굴을 생각했다.
병색이 완연한 흙빛 얼굴, 얼굴의 반을 덮은 검버섯, 간간이 이를 보이는 웃음.
그가 이곳에서 봤을 환한 별. 그리고 마음.
한 줌 산호별을 손바닥을 탁탁 털며 모두 내려놓았다.
별들이 하얀 산호모래 위에 티 나지 않게 흔적도 없이 떨어진다.
단 한 순간도 내 별은 아니었던 듯.
그의 우도 그림에는 여전히 별이 반짝이고, 여전히 까칠거리고, 그 사이 더 수척해진 얼굴한 그는..
눈이 여전히 반짝인다.
언젠가 그가 끝도 없이 그리운 날이 되면,
다시 우도에 가리라.
그때는 용기를 내어 큰 일 날 우도별을 한 줌 집어와 캔퍼스 가득 우도의 별을 뿌리리라.
그 위에 그가 그렸던 것처럼 캄캄한 밤을 덮으리라.
지금처럼...
시간을 보내고 또 보내며 우도별이 캄캄한 밤을 뚫고 별으로 빛날 때까지 그 앞에서 가만히 기다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