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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꽃이 달린다

발비(發飛) 2013. 10. 15. 16:33

10월, 꽃이 달린다.

 

꽃이 핀다고들 한다.

꽃이 달린다고 말하려한다.

 

개나리에서 진달래로 달리고

해바라기에서 코스모스로 달린다

민들레에서 쑥부쟁이로 달리고

나팔꽃에서 분꽃으로 달린다

 

개나리도 진달래도

해바라기도 코스모스도

민들레도 쑥부쟁이도

나팔꽃도 분꽃도

피었던 자리에..., 자취도 없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

 

꽃은 숨이 끊어지도록 달린다.

꽃은 돌아와 이들을 스치고, 꽃이 스칠때마다 그들이 피어난다.

개나리로 진달래로 해바라기로 코스모스로 민들레로 쑥부쟁이로 나팔꽃으로,

분꽃으로 핀다.

 

10월, 꽃이 없는 계절이다.

너나 나나 자취도 없이 사라질, 바로 그 자리에

바람이 불때마다 한 켜씩 뭍혀가고 있지만,

꽃은 지금도 뛰고 있다.

스쳐 가는 곳마다 꽃이 핀다.

다른 목적이 있을리 없다.

너를 스치는 날, 너의 이름으로 내가 피리라.

꽃에게 다른 목적이 있을 리 없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점심시간 바깥외출에 머플러를 둘러지만, 얇은 자켓탓에 따스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고보니, 꽃이 없어진 것도 모르는 채, 꽃이 없어졌다.

 

쟝 그르니에의 [섬]을 읽다가,

 

'나는 하나의 꽃에서 다른 꽃으로 달려갔을 뿐이다.'

 

라는 문장을 만나,

점심시간에 추운 길에 말라가는 들꽃들을 보며 떠올렸던 단상들을 하나로 엮을 수 있었다. 

 

꽃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꽃은 여전히 뛰고 있을 것이다.

꽃 피울 것이 있다면, 스쳐지나가며 꽃으로 필 것이다.

나의 이름이 아니라 그들의 이름으로 여전히 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