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정] 꽃말을 알지 못하지만 나는
사루비아....유언시
신현정
꽃말을 알지 못하지만 나는
사루비아에게
혹시 병상에 드러누운 내가
피가 모자랄 것 같으며
수혈을 부탁할 거라고
말을 조용히 건넨 적이 있다
유난히 짙푸른 하늘 아래에서가 아니었는가 싶다
사루비아, 수혈을 부탁해.
신현정 시인의 시를 좋아했다.
http://blog.daum.net/binaida01/6797787
이 블로그에도 그의 시와 그의 시에 대한 내 주절거림이 10편이나 있다.
그리고
나는 신현정 시인을 안다.
그 분과 버스에서 통로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았었다.
그때 그 분은 술을 꽤나 드셨더래서 되도록이면 눈을 맞추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때도 생각했었다.
시가 너무 좋은데..., 왜 사람은 시와 다를까?
역시 시인은 만나면 안된다고..., 시만 만나는 것이 더 좋다고...,
그 분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그 때 한 생각때문에 마음에 가책을... 미안함... 나의 건방... 아집 같은 것을 느꼈더랬다.
마음이 복잡했었다.
오늘 신형철 평론가의 <느낌의 공동체>라는 산문집에서 신현정시인의 유언시를 읽게 되었다.
그 분은 내게 무슨 의미가 있지?
왜 이 시점에 내게 시로 오신거지?
나는 지금 분명 어딘가 아픈 것 같았는데.....
혹시 병상에 드러누운 내가
피가 모자랄 것 같으며
수혈을 부탁할 거라고
말을 조용히 건넨 적이 있다
(......)
사루비아, 수혈을 부탁해.
이 시는 뭔가...말이지.
내 마음도 모르겠고, 그것을 쓸 줄도 모르겠고, 그런데 지금 이 시는 뭐지?
그분이 사루비아다.
그런 마음 죄송했습니다. 내내 죄송했더랬습니다.
당신 덕분에 저는 이렇게 근근이 몇 줄이라도, 마음을 드러내고 씁니다.
사루비아의 수혈로.
신현정 선생님!
사루비아 꽃말이 불타는 사랑이라고 하는데, 그 사랑은 너무나... 정열적이라... 그럼, 모두 타버려 흔적이 남지 않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