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대로 詩
[김언] 먼지
발비(發飛)
2011. 7. 12. 10:10
먼지
김언
나는 그때까지 고아나 다름없는 먼지였는데, 앞날이 창창하거나 야심이 많은 먼지도 아니었는데, 성실하고 우울한 먼지와 더불어 여행하였을 뿐인데, 먼지 속에 들어 있는 다이아몬드를 욕심내어본 적도 없는데, 의심해본적도 없는데, 씨앗이 뿌려지면 자라는 바위를 의지해 본 적도 없는데. 돌에서 모래로 모래에서 연기로 성장해가는 고통을 느껴본 적도 없는데, 몸에서 별이 생기기 시작하고 밤에는 돌이 깨어나는 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는데, 영원히 햇빛 속에 있거나 붉은 노을의 원인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나의 친구들이 저기 있는데, 멀리 있는데, 냄새가 나는데, 손에서 느껴지는데, 연기와 가스를 한입 베어물고 내뱉는 와중에도 낙오하는 먼지, 먼지를 따라갔는데, 혜성에서 비듬이 떨어지듯이, 떨어지듯이, 온갖 신체가 우글거리는 고향에서,
그랬다!
정말 그랬다! 시처럼...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꿈 꾼 적이 없었다. 고통도 없었다. 별을 키운 적도 없었다. 들은 적도 없었다.
정말로 그런 적이 없었다. 없다. 없을 것이다.
잠시 비 개인 한강은 붉고 붉은 노을이 가득이었다.
비 개이고, 붉고 붉은 한강에 울컥하고 한 웅큼을 토했다.
그러고 나서야, 나는 행주대교를 무사히 건널 수 있었다.
내가 토해낸 것이 저 붉고 붉은 것에 한 점 보태었음을 나는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정말 그런 적이 없었는데, 토하고 말았다.
비가 많이 온다!
<2011.7.12.1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