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너와 나의 일상

발비(發飛) 2011. 5. 6. 09:15

 

 

 

 

 

-나의 일상-

 

어제는 어린이날이었다.

해야 할 의무는 없었다.

조금 늦게 일어나 정말 오래간만에 반찬을 해서 밥을 먹었다.

 

<어린이날 래시피>

현미톳밥_발아현미, 말린 톳

얼갈이를 데쳐서 나물로 무치기-간장, 소금, 참기름, 마늘

두부 으깬 하얀 찌게_두부, 새우젓, 청양고추, 마늘, 김가루

 

뭔가 몸을 위해 좋은 일을 한 듯 뿌듯했다.

차려놓고 보니, 마치 수도승의 밥상 같았다.

그래서 아주 천천히 먹었다.

 

광화문까지 가는 1002번 버스를 타고 시네광화문으로 갔다.

미리 예매해둔 [제인에어]와 [사랑을 카피하다]를 연달아 봤다.

나는 실종되었고, 영화 안에 누군가로 잠시 살았다.

 

-너의 일상-

 

[제인에어]를 볼 때, 옆자리에는 누군가 앉아있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조용한 사람이었다.

 

[사랑을 카피하다]를 볼 때,

왼쪽으로는 오른쪽에는 마흔살 정도의 여자가, 40대의 부부가 앉아있었다.

마흔살 정도의 여자는 한숨인지, 호흡곤란인지, 거의 5분간격으로 숨을 쉬었다.

그녀의 호흡소리에 내 머리가 자주 엉켰다.

하지만 호흡곤란을 겪는 사람이므로 뭐라고 말은 할 수 없었다.

결국 그 여자는 영화를 다 보지 못하고 나갔다.

호흡곤란때문이었을까?

그녀의 일상은 매순간 호흡으로 덮혀 있을 것이다.

 

영화는 15년된 부부놀이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 주고 받는 대사가 15년된 부부의 리얼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라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가늠이 안될 정도였다.

왼쪽 부부 중 남자가 나의 바로 옆자리였다.

자기 또래의 나이에, 그 일상을 살고 있는 결혼 15년차 정도되는 부부는 나란히 앉아 어떤 생각을 할까.

남편은 시작한지 10분정도 되었을 때 코를 골면서 잤다. 아주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앞 뒤줄 정도는 들릴만큼은 되었다.

나는 이들의 일상을 상상했다.

영화속 여자는 15년 결혼 기념일에 남자가 미리 잠들었다고 했고, 남자는 잠시 졸았을 뿐이라고 했다.

옆자리 두사람의 일상, 짬짬이 틈만 나면 잘 것이다. 혹은 졸 것이다.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오늘은 다른날보다 10분 이른 6시 30분에 집에서 나왔다.

10분의 시간때문에 천천히 걸을 수 있었다.

보도블럭을 보면서 걸었는데, 그 이른 아침에 수많은 침들이 보도블럭 위에 있었다.

다른 날같으면 아침부터, 웩하고 시선을 거두었을텐데 오늘 아침은 침들을 따라 걷는 꼴이 되었다.

오른쪽에 앉아 호흡을 하던 여자가 문득 생각났다.

누군가는 침을 뱉어야만 침을 삼킬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누군가의 흔적을 쫓아 그들의 일상을 유추한다. 

이제 나는 나의 일상이 보편적이라고 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작가는 개떡 같은 주제를 찰떡 같이 쓴다. -도스토옙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