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뛰르 랭보] 나의 방랑(판타지)
나의 방랑(판다지)
아르뛰르 랭보
쏘다녔다. 터진 주머니에 두 주먹을 쑤셔넣고,
짤막한 외투도 이상적으로 헐었고,
하늘 아래 걸어가던 나, 시의 여신이여, 나는 그대의 충복이었다오.
오, 랄라! 내가 꿈꾸었던 찬란한 사랑들이여!
내 단벌 바지에 커다란 구멍 하나.
-꿈꾸는 엄지동이. 이 몸은 발걸음마다
시를 뿌렸노라, 내 여인숙은 큰곰자리에 있었다오.
-하늘에선 내 별들이 부드럽게 살랑대고,
길가에 앉아 내 별들의 몸짓에 귀기울이곤 했다오.
9월의 이 멋진 밤, 나는 이마에 떨어지는
이슬방울들 속에서 정력의 포도주를 느끼곤 했다오.
환상적인 그림자들 사이에서 운을 맞추고,
내 가슴 가까이 한쪽 발을 치켜들어.
상처난 내 구두의 고무끈을 나는 리라처럼 잡아당겼노라!
이 시에서 현실은 한 군데이다.
쏘다녔다. 터진 주머니에 두 주먹을 쑤셔넣고,
어느 글의 앞부분이어도 참 좋을것 같다.
이 한 줄이 그대로 '방랑'이다.
.
.
이 부분이 가장 좋다.
어제 무슨, 아무 짓도 한 것이 없는데, 왜 쥐약을 먹은 것처럼 멍청한 것인지.
종일 그 멍청함을 떨어내느라 애를 썼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졸렸다. 세수를 하면서도 거울을 보고 멍하니 졸다가, 화장을 하다가 졸다가,
4호선 전철에서는 마구 졸았고, 2호선 전철에서는 반쯤 졸았다.
그리고 회사에 앉아서도 졸렸다.
마치 쥐약을 먹은 것처럼..., 내내 정신이 혼미했다.
그래서 이리저리...
회사에 꽂힌 책 중에 랭보의 시집을 발견.. 했고, 그 중 이 시를 발견...했다.
어쩌면 지금의 졸음과 닮아.
딱이다 싶었다.
하지만,
차라리 방랑이 더 건설적인 모습 같아.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고 쏘다니는 것이 더 건설적인 것 같아....
참 멋진 것 같아...
살다보면 어느 날은 구멍난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거리를 헤매는 것이 가장 건설적일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