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유성용] 중앙안데스

발비(發飛) 2010. 4. 23. 10:38

 

 

 

  

"나는 힘들지 않았다. 왜 견뎌야 하는지를 몰라 그렇지 나는 무엇이든 견딜 수 있을것만 같았다."

-유성용의 [여행생활자] 중에서

 

 

 

체게바라는 여자가 내어준 땅콩스프를 먹고는 "참 고맙구나, 꼬마야." 라고 했다고 한다.

그것이 그가 먹은 마지막 음식이라고 했다.

 

유성용은 부처의 이야기를 함께 한다.

부처는 수자타라는 여자가 준 우유죽을 멀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나는 여행생활자 유성용의 지친 모습을 좋아한다.

그의 [여행생활자]를 읽었을 때 내가 여행을 한 곳과 많이 같아서 마치 대화를 나누듯 했다.

[여행생활자 ]뒤로 나온 [생활여행자]를 읽으면서 나의 작은 영웅이기도 한 그가, 생활 속에서는 빛나지 않는 듯하여 나를 짜증나게 했다.

유성용이 가장 먼저 낸 책인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사랑]은 가장 나중에 읽은 책이지만  언젠가 꿈꾸는 율도국을 구체화 시켜주었다.

그의 글뿐만 아니라 ebs테마기행에서 보여주는 비생활자로서의 모습도 좋아한다.

그의 멕시코편, 이란편, 시킴편에 이어 중앙안데스편에서 보여준 모습은 인간이... 인간이.. 하는 생각을 되풀이 하게 했다.

특히 이번 안데스편도 내가 여행한 곳과 겹치는 곳이 많아 그가 본 중앙안데스와 내가 본 안데스에 대해 또 대화하듯 보았다.

 

그는 여행을 통해, 자기가 맡은 삶이라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듯이 보인다.

여행지와 자신을 언제나 교차시키면서,

여행이라는 온갖 불편한 조건들이 산재된 곳을 떠다니면서,

자신이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삶이라는 임무를 수행하고 살다가 죽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위한 여행을 하는 듯이 보인다.

 

나는 그 점에 동의한다.

떠남으로, 현실의 일정기간 삶을 그나마 인정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호텔에서 묵지 않았다.

그랬다면 나는 현실로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겨우 철제침대 하나 만을 빌리는 도미토리에 묵으면서,

여행이 내게 실감케하는 떠난 자의 철저한 이물감을 느끼고서야,

절대 불편을 경험하고서야...나는 현실에 돌아올 마음이 생긴다.

현실이 참으로 편안하다는 것을... 나는 돌아오면 언제나 감사했다.

그렇게 단순한 이유와 결론으로...떠나고 돌아오는 여행.

 

그런 다르지 않은 삶을 살다가 간 영혼들에게 유성용은 인사를 건넨다.

내가 하지 못한 인사를 너무 잘 한다.

 

이란편에서 지진으로 죽어간 영혼에게 건넨 인사.

시킴편의 바람에 흔들리는 타르쵸를 통해 저 너머 영혼에게 건넨 인사.

그리고 이번 안데스, 체게바라의 마지막 유적지를 찾아가 전해주는 한 영웅의 마지막 영혼 이야기.

그는 그 수고를...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에게서 삶의 단조로움을 본다.

진정 삶은 단조로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다시 생각케했다.

 

체게바라가 이 생이 끝나감을 알면서 먹었어야 했을, 마지막 식사를 하면서도 배고픔을 덜어준 꼬마에게 건넨 인사 같은 그런 단조로움.

부처가 오랜 수행을 하고도 얻지 못했던 깨달음을 우유죽 한 그릇을 먹고 난 뒤 깨달음을 얻었다는 단조로움. 

인간이, 인간이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얽어놓은 칡덩굴과 같은 구덩이에 넣어두고,

종일 그것을 풀고 앉아, 인생이란 이렇게 어렵고 복잡한 것이라고,

그것이 가치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그 구덩이를 빠져나올수 없도록 최면을 걸고 있는 ,

그런 것이 인간이라고 누구도 말한 적이 없었다.

 

그의 글이나 그의 영상을 보면

자꾸 나를 돌아보게 된다.

여행지에서 보여주는 그의 어정쩡한 표정을 보면, 자꾸 나의 앙 다문 턱과 대비되어 보인다.

  

 

 

 

 

"안데스 꽃봉오리 한 가운데 도달한 벅찬 느낌이 있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혼자 봤으니..이제 어떻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ebs 세계테마기행, 유성용이 떠난 중앙안데스 2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