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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블레이크] 어린 양

발비(發飛) 2009. 5. 20. 11:04

어린 양

 

윌리엄 브레이크

 

어린 양아, 누가 너를 만들었니?

누가 너를 만들었는지 너는 아느냐?

너에게 생명을 주고, 시냇가와 풀밭에

너의 먹이를 마련해 준 이:

너에게 기쁨의 옷, 가장 부드럽고

복슬복슬하며 빛나는 옷을 중 이:

너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를 주어

오 골짜기가 즐거워하도록 한 이:

어린 양아, 누가 너를 만들었니?

누가 너를 만들었는지 너는 아느냐?

 

어린 양아, 내가 네가 말해 줄게

어린 양아, 내가 네게 말해 줄게:

 

그 분은 너의 이름으로 불려지신단다.

그래서 그 분은 자신을 어린 양이라고 부르시지

그 분은 양순하고, 또 그 분은 부드러우신단다.

그 분이 어린 아이가 되신 거란다.

나는 한 아이, 그리고 너는 한 마리 어린 양,

우리는 그분의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단다.

 

어린 양아,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라

어린 양아,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라.

 

고성에 있다가 월요일 새벽에 서울에 도착했었다.

그리고 바로 출근하고, 학교엘 갔고,

어제도 학교에 제출해야 할 과제물을 급히 만들어내어, 제출하고... 또 수업받고 집으로 돌아오니 12시가 넘었다.

주말과 월요일, 화요일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회사에서는 새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다.

 

피곤이 쌓여 오늘 아침은 일어나기가 너무나 힘이 들었다.

눈을 감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흔드는 느낌이다.

처음 느껴지는 손길... 난 그 손이 내가 태어나는 순간 죽었던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여자는 오랜 시간 죽음 속에 있다가, 오늘 다시 깨어나 처음으로 한 일이 나를 깨우는 것이라는...

눈을 감고 느껴본다.

 

비몽사몽.

샤워를 하다가 문득 생각했다.

모든 것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본다.

 

어제밤에는 학교 수업 시간에 멋진 시를 만났고,  수업시간에 참으로 오래간만에 시를 쓰고픈 마음이 생겼다.

어제낮에는 회사동료들과 참 맛있는 점심을, 함께 먹었다. 웃으며, 이야기를 하며...

그제밤에는 비평교수님과 수업이 끝난 후 소주 세잔을 마셨다. 멋진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누구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제낮에는 회사에서 새로운 일에 대한 내 생각이 좀 정리가 되었다. 안정되어간다.

주말 고성에서도 비가 많이 와서 일은 별로 잘 되지 않았지만,

비오는 바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소리와 어울린 파도소리, 그리고 우산에서 손끝으로 떨어지는 톡톡거림.

 

이 정도면 나쁜 것만은 아니었던거야.

비누거품을 씻어내면서, 거품의 냄새도 좋다.

부분을 전체처럼 만든 것은 어쩌면 나 자신이었을런지도 몰라,

작은 부분이 전체를 흔들어놓고, 무너뜨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부분은 부분일 뿐이다.

원래 처음은 부분이었던거야,

부분이 전체가 되지 않도록 처음 그 상태만 유지시키면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왜 가지게 되었을까?

나는 그 이유를 안다.

서양문학주요인물 100명을 추려놓은 책이 있다. 수업과제물이 주어졌다. 그 중 한 명을 골라 자신의 생각을 쓰는 것.

언젠가 동생이 오래된 시인이라며 영시만 메일로 보내준 그 사람.

윌리엄 블레이크도 100명 안에 있었다. 난 그의 시집 <천국과 지옥의 결혼>에 대해 과제물을 쓰기로 했다.

 

그래서 몇 번이고 그의 시집을 읽었다.

오늘 아침 나를 깨운 여자의 손길과 샤워 중에 만났던 내 생각은 아마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한없이 위로가 된다.

윌리엄 블레이크가 살아 내 옆에서 이 시를 읊어준다면 어떤 약으로도 치유할 수없는 근원적인 고통을 해결해 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무엇이 고통스러운가?

근원적인 것이다. 그는 원래의 것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를 만드신 분은 우리에게 어린 양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을 우리와 같은 어린 양이라고 했다.

어린 양들은 한없이 부드러우면서 평화로운 존재이다.

신은 우리를 귀히 여긴다.

얼마나 큰 위로인가?

윌리엄 블레이크는 18세기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왜 당신들은 어린 양이라고 말했을까?

시인의 사명인 것이다.

시인은 예언자의 목소리로 타인의 삶을 이끌어야 하는 삶인 것을 인지한 것이다. 단단한 마음으로...

그는 예언자를 사실 있는 그대로를 솔직히 말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18세기는 영국의 산업혁명시기이다.

귀족은 귀족대로 그대로의 삶을 유지하며 더 많은 부를 가졌으며,

산업혁명의 주역이었던 부르조아들은 더 많은 것들을 가지기 위해 내달렸으며,

시골에서 도시로 이동한 참 많은 바닥인생들은 런던의 뒷골목에서 삶을 유지하고 있었다.

노예와 같은 비참한 삶이라더도 뿌리를 내린 것과 떠다니는것은 다른 것이다.

떠다니다가 어디로 날아가버릴 지 모르는 삶들을 시인은 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시로 표현했다.

확고한 믿음으로 처음의 인간이 살았을, 가졌을 마음을 상상하여 시로 보여준 것이다.

상상력을 통해서 영원하고 진정한 것들의 실체를 만들었다.

시인의 상상력은 사물을 색다르게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것에 대해, 인간의 원래 가졌던 인간적인 모습에 대해, 잃어버린 인간에 대해 상상하는 것이다.

그의 상상력은 인간의 존엄성을 스스로 깨닫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쓰인다.

그가 말하는 자연인 인간적인 것이 개입되지 않으면 자연으로 존재할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귀한 것이 인간이다.

원래 이 세상의 처음은 너무나 인간적인, 그보다 더 인간적일 수 없는 세상이었다.

 

그의 시를 읽은 나는 생각한다.

나쁘지 않았다. 나쁘지 않았던 이유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시이다. 하지만 교회에 관한 시는 아니다.

그는 인간을 귀히 여긴 신은 칭송하였지만, 교회는 가시덤불이라고 말했다.

 

오늘 아침 잠결에 만났던 것 같은 내가 태어나는 순간 죽었던 여자.

그 여자를 매일 만났으면 한다.

사람을 살게 하는... 것들에 대해 ...

새로운 날이다.

 

 

아래 <더보기>에 <천국과 지옥> 시집에 수록 시를 옮겨 놓는다.

 

 

 

 

 

더보기

노래

 

얼마나 즐겁게 들에서 들로 노닐며

나는 풍성한 여름을 맛보았던가!

그러다가 빛나는 햇빛 속으로

사랑의 왕자가 미끄러져 내려옴을 나는 보았다.

 

그는 내 머리칼에 백합을 얹어주고

내 이마를 위해서는 수줍은 장미를 주었다.

그리고 나는, 황금의 쾌락이 자라는

아름다운 그의 뜰로 따라갔다.

 

감미로운 5월 이슬로 내 날개는 젖고

나는 노래하고픈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사랑의 왕자는 그의 비단 그물에

나를 가두고 그의 금 새장에 나를 가두었다.

 

그는 내가 노래하는 양을 즐겨 앉아 듣고,

나에게 웃음을 던지며 희롱하면서

나의 금빛 날개를 활짝 젖히고는

내가 자유를 잃어버렸음을 놀려댄다.

 

 

거친 계곡 아래로 피리를 불며

 

거친 계곡 아래로 피리를 불며

환희의 노래를 불다가

구름 위에 한 아이가 있음을 보았다.

아이는 나에게 웃으며 말했다.

 

어린 양에 대해 노래를 들려주세요’’

그래서 나는 즐겁게 피리를 불었다.

피리 부는 아저씨, 그 노래 다시 불러줘요

그래서 나는 또 피리를 불었고, 아이는 울었다.

 

피리를 그만두고요, 아저씨

기쁨의 노래를 불러줘요

그래서 나는 같은 노래를 다시 불렀는데

그 동안 아이는 노래를 들으며 기쁨으로 울었다.

 

피리 부는 아저씨, 이제 앉아서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책 속에서 노래를 쓰세요

그리고 그 아이는 사라졌다.

나는 속이 빈 갈대를 하나 꺾어

 

그것으로 전원의 붓을 만들었다.

그리고 맑은 물을 물들여서

모든 아이가 듣고 기뻐하도록

내 기쁨의 노래들을 적었다.

 

 

 

어린 양

 

어린 양아, 누가 너를 만들었니?

누가 너를 만들었는지 너는 아느냐?

너에게 생명을 주고, 시냇가와 풀밭에

너의 먹이를 마련해 준 이:

너에게 기쁨의 옷, 가장 부드럽고

복슬복슬하며 빛나는 옷을 준 이:

너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를 주어

온 골짜기가 즐거워하도록 한 이:

어린 양아, 누가 너를 만들었니?

누가 너를 만들었는지 너는 아느냐?

 

어린 양아, 내가 네게 말해 줄게.

어린 양아, 내가 네게 말해 줄게:

 

그 분은 너의 이름으로 불려지신단다.

그래서 그 분은 자신을 어린 양이라고 부르시지

그분은 양순하고, 또 그 분은 부드러우시단다.

그분이 어린아이가 되신 거란다.

나는 한 아이. 그리고 너는 한 마리 어린 양.

우리는 그분의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단다.

 

어린 양아,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라

어린 양아,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라.

 

 

 

굴뚝청소를 하는 아이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적에 나는 아주 어렸고,

아버지가 나를 팔았을 적에 내 혓바닥은

울음소리나 낼까 말까 했어요

그래서 나는 굴뚝을 쓰며, 검정 속에서 잠자지요.

 

톰 데크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있었어요

그 아이는 양털처럼 곱슬곱슬한 머리를

박박 깍일 때 울었어요, 그래 내가 말했지요

울지마, ! 머리를 깎고 나면 검정숯이

너의 흰머리를 더럽힐 수 없을거야.’

그래서 톰은 조용해졌어요, 바로 그날 밤

잠이 들어서 톰을 보았지요!

굴뚝 청소를 하는 수많은 아이들, , , 네드, 잭들이

모두 캄캄한 관 속에 갇혀 있는 모습이었어요.

 

그런데 빛나는 열쇠를 가진 천사가 와서

관을 열어 모두 자유롭게 해주었지요.

그들은 푸른 들판 아래로 달려, 웃고, 뛰놀며

시냇물에 몸을 씻고, 햇빛 속에 반짝거렸어요.

 

아이들은 자루도 버려두고, 벌거벗은 하얀 몸뚱이로

구름 위에 서서 바람 속에 까불어 댔어요

그리고 천사는 톰에게 말했어요, 착한 애야

하느님을 아버지로 생각하면 언제나 기뻐질 거야

 

그리하여 톰은 잠을 깨고 우리도 어둠 속에 일어났어요

그러고는 자루와 솔을 들고 우리는 일하러 갔지요

아침은 차가웠지만, 톰은 기쁘고 따뜻했어요

그렇게 모두 제 할 일을 하면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어요.

 

 

보모의 노래

 

풀밭 위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

그들의 웃음이 언덕 위에서 들려올 때

내 가슴은 평온하고

그리고 모든 것은 고요하다.

 

자 애들아 집으로 가자, 해가 지고

밤이슬이 솟는구나.

오너라, 놀이를 그만두고 오너라, 하늘에

아침이 나타날 때까지 집에 가 있자

 

아니에요, 아니에요, 우리는 더 놀거예요.

아직 낮인걸요,

우리는 잠들 수 없을 거예요.

하늘엔 어린 새들이 날고

언덕엔 양 떼가 가득 있어요

 

그래, 그래, 빛이 다 사라져 버릴 때까지 놀려무나.

그러고 나서 집에 가 잠자리에 들자꾸나

꼬마들은 뜀박질에 소리를 지르며 웃었고,

그리고 모든 언덕들이 메아리쳤다.

 

 

학동

 

나무마다 새들이 노래하는

여름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즐겁다.

사냥꾼은 멀리서 뿔나팔을 불고

나와 함께 종달새는 노래한다.

,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헌데, 여름 아침에 학교엘 가면

모든 기쁨이 사라지고 만다.

늙고 무정한 한 작은 눈길 아래

어린 것들은 탄식과 낭패 속에

하루를 보낸다.

 

때때로 나는 주저앉아

많은 시간을 걱정스레 보낸다.

책 속에서도 즐거움이 없고

음울한 소나기에 닳아빠진 교실에 앉아서도

즐거움을 찾을 수 없다.

 

기쁨을 위해 태어난 새가

새장 속에 갇혀 어떻게 노래를 할 것인가?

겁에 질린 아이는

연약한 팔을 늘어뜨리고

원기에 찬 봄을 잊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아버지, 어머니여,

싹들이 잘리고

꽃들이 바람에 불려가 버리면

그리고, 부드러운 봄의 나무들한테서

슬픔과 근심으로

그들의 기쁨을 빼앗는다면,

 

어떻게 여름이 기쁨 속에 솟아나며

여름 열매가 나타날 것인가?

그래서, 겨울 찬바람이 불 때

슬픔이 망쳐 버린 것을 우리가 어떻게 거두며

무르익은 한 해를 축복할 것인가요?

 

 

 

옛 시인의 목소리

 

즐거움에 찬 젊은이여, 이리로 오라.

그리하여 열리는 아침을

새로 태어나는 진리의 이미지를 보라

의심은 달아났다. 이성의 구름도

어두운 논쟁도, 간계한 속임도 달아났다.

어리석음이란 하나의 끊임없는 미로,

얽힌 뿌리들이 길을 어지럽힌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거기에 빠졌던가!

그들은 한밤 내 죽은 자들의 뼈 위에 걸려 넘어져,

근심밖에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들을 인도하려고 한다, 그들이야말로

인도를 받아야 할 것이면서도.

 

 

런던

 

나는 가까이 법제화된 템스가 흐르는

모든 법제화된 거리를 헤매며

마주치는 모든 얼굴에서

허약하고 비탄에 잠긴 표정을 본다.

 

사람마다의 울음속에서

모든 어린아이의 공포에 질린 울음 속에서

모든 목소리와, 모든 금지령 속에서

나는 인간이 만들어 낸 굴레를 듣는다.

 

굴뚝청소에 시달린 어린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얼마나 음험한 교회를 간담 서늘케하며,

모든 불운한 병사의 탄식은

궁정 담 밑으로 피로 흐르는 것을,

 

그러나 한밤의 거리에서 나는 듣는다.

젊디젊은 창부의 저주가 어떻게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의 눈물을 말리며

새로운 한 쌍의 결혼을 영구가 되게 하는가를.

 

 

나는 황금의 교회당을 보았다

 

나는 온통 황금으로 이루어진 교회당을 보았다.

아무도 감히 들어가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바깥에서

울고, 탄식하며, 경배하는 교회당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교회당의 문의 흰 기둥 사이로

한 마리 배암으로 일어남을 보았다.

그는 억척 같은 힘으로 힘들여서

황금의 돌쩌귀를 깨트렸다.

 

그러고는 진주와 빛나는 루비를 박은

아름다운 포도를 따라

배암은 그의 끈적끈적한 전신을 이끌고

마침내 흰 재단 위에 이르러

 

빵 위에 그리고 포도주 위에

그의 독을 토해놓았다.

그래서, 나는 돼지 우리로 가서

돼지들 사이에 누웠다.

 

 

 

병든 장미

 

오 장미여, 너는 병들었구나!

보이지 않는 벌레가

밤 속에

울부짖는 폭풍 속을 날아

 

너의 침상에서 진홍빛 기쁨을 찾아냈다.

그리하여, 이 어둡고 비밀스러운 사랑이

너의 생명을 망친다.

 

 

 

, 해바라기여!

 

 

, 해바라기여! 시간에 지쳐서

태양의 발걸음을 헤아리며,

나그네의 여정이 끝나는 곳

저 아름다운 황금의 나라를 찾는다.

 

욕망으로 수척해진 젊은이와

눈의 수의로 둘러싸인 파리한 처녀가

그들의 무덤에서 일어나 가기를 열망하는 곳

그것은 나의 해바라기가 가고자 하는 곳이다.

 

 

 

사랑의 뜰

 

나는 사랑의 뜰로 가서

아직 못 본 것을 보았다.

내가 놀던 풀밭 가운데

교회당이 서 있었고.

 

교회당의 문은 닫혀 있었는데

문 위에 <해서는 안된다> 가 씌어 있었다.

그래서 아름다운 꽃들이 수없이 피어있는

사랑의 뜰로 나는 돌아섰다.

 

그런데 나는 꽃들이 있어야 할 곳에

무덤과 묘비가 가득 차 있음을 보았다.

검은 가운을 걸친 신부들이 거닐면서

내 기쁨과 욕망을 가시덤불로써 묶고 있었다.

 

 

호랑이

 

호랑이여! 밤의 숲 속에서

빛나게 불타고 있는 호랑이여!

어떤 불멸의 손 또는 눈이

그대의 무시무시한 균형을 만들 수 있었는가?

 

어떤 먼 심연 또는 하늘에서

그대 눈의 불은 탔는가?

 

어떤 날개 위에 감히 그는 치솟아올라,

어떤 손으로 그대 불길을 감히 잡는가?

 

어떤 어깨 또는 어떤 술법이

그대 가슴의 힘줄을 비틀 수 있었는가?

그대의 가슴이 고동치기 시작할 때

어떤 무서운 손 또는 무서운 발이.

 

어떤 망치가 또는 쇠사슬이 그 고동을 멈추는가?

그대의 머리는 어떤 용광로에, 모루에 있었는가?

어떤 무서운 포박으로

무시무시한 그대를 감히 가둘 수 있는가?

 

별들이 창을 내던져 버리고

그들의 눈물로써 천국을 적실 때.

하느님은 자신의 작업에 미소 지었던가?

양을 만든 그분이 그대를 만들었는가?

 

호랑이여! 밤의 숲 속에서

빛나게 불타고 있는 호랑이여!

어떤 불멸의 손 또는 눈이

그대의 무시무시한 균형을 감히 만드는가?

 

 

 

서시

 

 

억눌린 공기 속에서 린트라가 울부짖으며, 불을 흔든가.

굶주린 구름이 심연 위를 떠돈다.

 

한때 유순했던 의인은, 험난한 길에서,

죽음의 계곡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장미가 있는 곳에서는 가시가 자라고

불모의 황야에서는

꿀벌들이 노래한다.

 

험난한 길에 나무들이 자라고

모든 벼랑과 무덤 위에

강물과 샘물이 흘렀으며

메마른 뼈다귀들 위에는

붉은 진흙이 솟아올랐다.

 

그러자 악마가 그의 편한 길을 버리고

험난한 길로 접어들어

의인을 불모의 땅으로 내쫓았다.

 

그리하여 지금, 교활한 뱀이

선량한 표정으로 걸어가는데,

의인은 사자들이 오가는 거친 들판에서

노여워하고 있다.

 

억눌린 공기 속에서 린트라가 포효하며, 불을 흔든다.

굶주린 구름이 심연 위를 떠돈다.

 

지옥의 격언 초

 

씨뿌릴 때 배우고, 거둘 때 가르치고, 겨울에 즐겨라

욕망할 뿐 행하지 않으면 질병이 생긴다

흙벌레는 쟁기를 용서한다

물을 좋아하는 자는 강물 속에 묻어라

바보가 보는 나무는 지혜로운 사람이 보는 나무와 같지 않다.

빛을 내지 않는 얼굴은 별이 되지 못한다.

분주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어리석은 시간은 시계로 재어지나, 지혜로운 시간은 시계로 재어잴 수 없다.

좋은 먹이는 그물이나 덫으로 잡은 것이 아니다.

어리석은 자가 그의 어리석음을 고집하면, 지혜로워진다

감옥은 법의 돌로써, 창부의 집은 종교의 벽돌로써 세워진다.

사자의 분노는 하느님의 예지이다

현재 증명되는 것은 한때는 오직 상상된 것이다.

저수지는 가두며, 샘은 흘러넘친다.

분노하는 호랑이는 훈계하는 말보다 훨씬 지혜롭니다

고여있는 물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독이다.

용기가 부족하면 간계가 능하다

감사하게 받는 이는 풍성한 수확을 맞이한다.

벌레는 가장 좋은 잎사귀에 알을 까고, 사제는 가장 좋은 기쁨에 저주를 내린다.

한 떨기 꽃을 창조함은 몇 세대의 노동이 걸린다.

넘쳐흐름이야말로 아름다움이다.

사자가 여우의 충고를 받으면 교활해질 것이다.

행하지 못한 욕망을 심어주기보다는 갓난아기를 요람에서 죽여버리는 편이 낫다.

인간이 없는 곳에 자연은 불모지이다.

충분히! 아니면 지나치게 많이!

 

 

 

악마와 천사

 

한때 나는 활활 타는 불 속에서 악마를 보았다. 그는 구름 위에 앉아 있는 천사 앞에 일어서서 이렇게 말햇다. ‘하느님을 섬김은 사람들 소게서 하느님의 선물을 기리며, 위대한 인간을 가장 사랑하는데 있다. 위인을 모략하고 시기함은 하느님을 미워하는 일로서, 왜냐하면 그 밖의 하느님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을 들은 천사는 노여움으로 얼굴을 푸르락거리며, 그러나 자제하여 미소를 지으면서 응답했다. ‘그대 우상 숭배자여! 하느님은 한 분이지 않는가? 예수 그리스도 속에서 보이는 그 분 아닌가? 그리고 그리스도께서는 십계의 율법을 재가하시지 않았는가? 그 밖에 모든 사람은 바보, 죄인 그리고 보잘것없는 존재들이 아닌가?’

악마는 대답했다. ‘바보를 밀과 함께 절구 속에 넣어 빻아보라. 그러나 그의 어리석음은 결코 빻아 없앨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예수 그리스도가 가장 위대한 인간이라면, 그대는 그를 사랑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리스도께서 어떻게 십계율을 재가했다고 말하는가? 그는 안식일을 조롱하고, 안식의 신을 그처럼 조롱하지 않았던가? 자신 때문에 살해당한 사람들을 살해하지 않았는가? 간음했다 하여 붙잡힌 여인을 율법으로 심판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신을 먹이기 위해 남들의 노동을 훔치지 않았는가? 빌라도 앞에서 자기 변호를 그만두었을 때 그는 거짓증언을 하지 않았던가? 제자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그의 제자들을 영접하지 않는 사람들의 집을 나올 때는 발에 먼지를 털라고 제자들에게 말했을 때 그는 탐하지 않았는가? 내가 그대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십계율을 깨뜨리지 않고는 어떠한 덕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수께서 덕 그 자체이며, 충동으로부터 행동하셨지, 법칙으로부터 행동하시지 않았다.’

악마의 말이 끝났을 때 내가 천사를 바라보았더니, 그는 두 손을 벌리고 타오르는 불을 껴안는다. 그리고 그는 불타고 엘리야가 되어 일어났다.

노트: 이제는 악마가 된 이 천사는 나의 특별히 친근한 동무이다. 우리는 지옥적이거나 악마적인 의미에서의 성서를 자주 함께 읽었다.

 

 

 

자유의 노래

 

 

1.     영원의 여성이 괴로운 신음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온 지상 위에 울렸다.

2.     앨비언의 해안은 고통으로 침묵하고, 아메리카의 푸른 들은 실신한다!

3.     예언의 그림자들이 호수와 강을 따라 전율하면서 대양을 넘어 웅얼거린다. 프랑스여 그대의 동굴을 부수어 버려라!

4.     황금의 스페인이여, 옛 로마의 장벽을 깨뜨려라!

5.     , 로마여, 그대의 열쇠를 심연 아래로 떨어뜨려라!

6.     그러고는 울어라. 다음에 그대가 섬기는 자물쇠에 절하라.

7.     영원의 여성의 떨리는 손에 새로 태어난 공포가 울부짖는다.

8.     지금은 대서양으로 막힌 저 무한한 빛의 산맥 위에서 새로 태어난 불은 별의 왕 앞에 우뚝 섰다!

9.     차가운 회색의 이마와 천둥 치는 얼굴로 깃발을 달고 질투심에 찬 날개들을 심연 위를 파드득거린다.

10.   창을 든 손은 위로 불타버리고, 방패는 죔쇠가 풀린 채 활활 불 붙는 머리칼 사이로 질투의 손 앞으로 나아갈 때, 새로이 태어난 경악은 별이 총총한 밤으로 돌진하였다.

11.   , 불이 떨어지고 있다!

12.   보아라, 보아라! 런던 시민이여, 그대의 눈을 크게 떠라! 유태인이여, 이제 황금을 그만 헤아리고 그대의 기름과 포도주에게로 돌아가라! 아프리카인이여, 검은 아프리카인이여!

13.   불 붙는 팔다리, 불타는 머리칼은 서쪽 바다로 지는 태양처럼 맹렬히 내달았다.

14.   영원의 잠에서 깨어나, 무성한 털을 가진 존재가 울부짖으며 달아났다.

15.   질투심에 찬 왕은 헛되어 날개를 파드득거리며 달려 내려갔다. 회색 이마를 지닌 그의 신하들, 천둥 같은 병사들, 곱슬머리의 전사들은 모두 투구와 방패, 전차, , 코끼리, 깃발, , 투석기, 바위 사이에서------------

16.   떨어지고, 내달으며, 멸망한다!

17.   온밤 내 폐허 밑에서 지낸다. 그리하여 그들의 음산한 불꽃은 사그라지고 침울한 왕이 그 둘레에 나타난다.

18.   천둥과 불로써, 군대를 쓸쓸한 황야를 통해 이끌며, 그는 그의 십계율을 공포한다. 당황하여 심연 위를 훑어보면서,

19.   거기에서는 아침이 황금의 젖가슴을 깃털로 장식할 때, 불의 아들이 동녘 구름 속에서--------

20.   저주로 씌어진 구름들을 걷어차고, 매정한 율법을 짓밟아 먼지로 만들며, 밤의 토굴로부터 영원의 말들을 해방시키면서 외친다.

 

제국은 사라졌다! 사자와 늑대로 사라질 것이다.’

 

코러스

 

이제는 더 이상 사제가 목쉰 소리로 기쁨의 아들들을 저주하지 않게 하라. 동포들이 서로 경계를 짓고 지붕을 세우지 않게 하라. 동포들이 서로 경계를 짓고 지붕을 세우지 않게 하라. 바라기만 할 뿐 행하지 않는 창백한 종교적 음욕을 처녀성이라고 부르지 마라.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신성한 것이다.

 

 

 

아침이 오고 밤은 사라진다

 

 

아침이 오고, 밤은 사라진다. 파수꾼은 자리를 떠났다.

무덤은 파열하여 향기가 솟아오르고

죽음의 뼈와 진흙더미 그리고 메말랐던 근육은

다시 일어나 움직이며 숨쉬고 깨어났다.

쇠사슬과 철창이 파열할 때 소생하는 포로들처럼 그것들은 일어났다.

방앗간의 수레에 짓눌린 노예를 벌판으로 뛰어나가게 하라

하늘을 우러러 청명한 대기 속에 그가 웃게 하라. 어둠과 비탄에 갇혀 서른 해 동안의 괴로움 속에 그 얼굴은 단 한 번의 미소도 머금지 못했던 사슬에 갇힌 영혼이 이제 일어서서 활짝 웃게 하라.

사슬을 풀고, 동굴의 문을 열어라.

그리하여 그의 처자가 억압자의 지배로부터 돌아오게 하라.

 

 

순수의 전조(前兆)

 

 

한 알의 모래 속에 세계를 보며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한 순간 속에 영원을 보라.

새장에 갇힌 한 마리 로빈새는

천국을 온통 분노케 하며,

주인집 문 앞에 굶주림으로 쓰러진 개는

한 나라의 멸망을 예고한다.

쫓기는 토끼의 울음 소리는

우리의 머리를 찢는다

종달새가 날개에 상처를 입으며

아기 천사는 노래를 멈추고,,

모든 늑대와 사자의 울부짖음은

인간의 영혼을 지옥으로부터 건져 올린다.

여기저기를 헤매는 들사슴은

근심으로부터 인간의 영혼을 해방시켜 준다.

학대받는 양은 전쟁을 낳지만,

그러나 그는 백정의 칼을 용서한다.

그렇게 되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인간은 기쁨과 비탄을 위해 태어났으며

우리가 이것을 올바르게 알 때,

우리는 세상을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잇다.

기쁨과 비탄은 훌륭하게 직조되어

신성한 영혼에는 안성맞춤의 옷,

모든 슬픔과 기쁨 밑으로는

비단으로 엮어진 기쁨이 흐른다.

아기는 강보 이상의 것,

이 모든 인간의 땅을 두루 통해서

도구는 만들어지고, 우리의 손은 태어나는 것임을

모든 농부는 잘 알고 있다.

자신이 보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그대가 무엇을 하건, 그것을 결코 믿지 않을 것이다.

해와 달이 의심을 한다면

그들은 곧 사라져 버릴 것이다.

열정 속에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열정이 그대 속에 있는 것은 좋지 않다

국가의 면허를 받은 매음부와 도박꾼은

바로 그 나라의 운명을 결정한다.

이 거리 저 거리에서 들려오는 창부의 흐느낌은

늙은 영국의 수의를 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