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매표소
발비(發飛)
2009. 5. 17. 11:13
아침에 눈을 떠서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창을 내다보았을 때만해도 비가 왔다.
우산을 들고 현관문을 나서는데 물고인 작은 웅덩이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보이지 않았다. 비가 그친 것이다.
들고 나오던 우산을 현관으로 다시 밀어넣고, 바닥 흥건한 도로를 걸어 출근을 했다.
회사가 있는 전철역을 나서는데 사람들이 다르다.
접은 우산을 든 사람과 우산을 들지 않은 사람.
내가 현관문을 나선 그 시간에 집을 나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나와 같이 움직이는 사람을 골라본다.
출근하는 거리가 30분을 전후한 사람... 그렇다면 가까운데 있는 사람들일거다.
우산을 들지 않는 사람들을 눈으로 세어본다.
나와 가까운데 있는 사람, 그래서 나처럼 우산을 집에 두고 온 사람.
그들의 존재는 내가 인식하는 순간 한 지점에 있었다.
4. 존재의 목적
커다랗지만 보이지 않은 움직임을 따라 나는 존재한다.
나로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너로서 나는 존재한다.
나는 누군가의 단 하나밖에 없는 너로서 내 몸은 존재한다.
부닥친다.
의미를 위해, 무의미를 위해, 그 둘의 생산을 위해 나, 그리고 내 몸은 존재한다.
의미를 위해, 무의미를 위해, 그 둘의 소비를 위해 너 그리고 너의 몸은 존재한다.
어느날 존재는 사라진다.
나를 포함한 너는, 그리고 너를 포함한 나는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