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대로 詩

[윌리엄 블레이크] 런던

발비(發飛) 2009. 3. 21. 02:30

런던

 

윌리엄 블레이크

 

나는 가까이 법제화된 템스가 흐르는

모든 법제화된 거리를 헤매며

마주치는 모든 얼굴에서

허약하고 비탄에 잠긴 표정을 본다.

 

사람마다의 울음 속에서

모든 어린 아이의 공포에 질린 울음 속에서

모든 목소리와, 모든 금지령 속에서

나는 인간이 만들어 낸 굴레를 듣는다.

 

굴뚝 청소에 시달린 어린 아이들의 울음 소리가

얼마나 음침한 교회를 간담 서늘케하며,

모든 불운한 병사의 탄식은

궁정 담 밑으로 피로 흐르는 것을,

 

그러나 한밤의 거리에서 나는 듣는다

젊디젊은 창부의 저주가 어떻게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의 눈물을 말리며

새로운 한 쌍의 결혼을 영구(永柩)하게 되게 하는가를,

 

멀리 사는 동생이 참 오래된 시를 우연히 읽었다며 메일로 시 몇 편을 보내왔다.

아마 내가 며칠 영시를 올렸더니, 영시를 읽나 싶었나보다.

모두 영어라... 에이 씨! 하며....

내 동생은 어떤 시에 꽂혔나 궁금해서 동생이 보내온 시인의 시집을 샀다.

 

 

2009. 살기가 어렵다.

누구나를 볼 것도 없이, 지금 내가 살기가 어렵다.

이리 어려운 적이 있었을까 싶은 정도로 내 주위 모든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살아내기 힘들어하고 있다.

내게 남은 숨이 있다면 숨을 대신 쉬어 주고 싶을 정도이다.

 

그래서 요즘 나의 읽기의 내용이 바뀐 듯 하다.

 

소설은 현실적인 이야기보다는 환타지가 강한 것이 읽기 편하고

시는 머리 복잡한 모더니즘 혹은 미래파경향의 시보다는 서정시나 실천적인 성향이 강한 시가 읽기 편하다.

 

이건 오직 나의 읽기에 관한 이야기지만, 시와 소설, 쟝르에 따라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나 스스로도 흥미롭다.

 

<런던> 이라는 이 시를  쓴 윌리엄 블레이크는 18세기 영국의 시인이다.

18세기라면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었던 그즈음일것이고, 뭔가 엄청난 소용돌이가 런던에 일고 있었을 것이다.

 

지도층은 새로운 것을 바라지 않는다.

혁명가도 혁명도 바라지 않고 적당한 것들이 적당히 자신들의 세상을 이어가기를 바랄 것이다.

그때도 지금도...

혁명가들은 어떤가

혁명이 아닌 모든 것들을 반대라고 생각한다.

혁명이 아니면 나머지 모두는 타자이다.

 

그 사이에 끼인 것들이 있다.

누구의 편도 아닌, 삶만 살아가는 것들이 언제나 다수로서 존재한다.

그들은 언제나 가장 밑바닥에서 작은 소리로 울며, 그 작은 소리는 전염이 강할 뿐 아니라,

누구라도 그 울음소리를 들으면 저절로 같은 소리를 내며 울게 된다.

그 낮은 울음을...

 

윌리엄 블레이크는 런던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고 시에서 쓰고 있다.

그를 일러 혹자들은 예언자적 시를 쓴다고 평한다고 한다.

 

그가 정의한 예언자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 그것을 솔직히 말하는 사람이야말로 예언자"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그, 스스로가 스스로를 예언자라고 생각했을런지도 모른다.

 

그의 이력에서 참 특이한 점이 있다.

성경의 욥기를 판각했다는 점이다.

욥기라고 하면 구약 중에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과 신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난 욥기를 살을 떨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신에게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말이다.

 

블레이크는 욥기를 어떤 마음으로 판각을 했을까?

욥기를 새기면서 어떤 마음으로 스스로를 위안했을까? 

 

몇 편의 시를 읽으며, 그는 그의 시에서 신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말은 하고 있으나 그 곁에 신의 자리를 주지는 않았다.

 

<악마와 천사>라는 시편, 노트에서

"이제는 악마가 된 이 천사는 나의 특별히 친근한 동무이다. 우리는 지옥이거나 악마적인 의미에서의 성서를 자주 함께 읽는다."

 

우연히도 난 며칠 전 오랜 전에 서랍에 넣어두었던 성경을 꺼내놓았다.

신의 이야기를 읽어보려고?

아님 신에게 옆자리를 주려고?

둘 다 아닌 것이 분명한데, 그저 옆에 두고 생각이 날 때 한 구절쯤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오늘 읽은 블레이크의 시집, 그리고 <악마와 천사>노트를 읽으며 난 내 마음자리를 좀 알아차릴 것 같다.

난 악마가 된 천사, 혹은 악마가 된 천사의 친구... 같기도 하다.

 

런던이라는 시를 읽으며,

서울이라는 시를 상상해본다.

누군가 우리가 모두 멋진 시인이다, 혹은 존경해마지 않는 시인이 있다면,

지금 우리에게 이런 시 한 편을 선물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 모두는 너무 힘든데....

 

우리에게 너희들 이렇게 힘들지 라고, 사실 그대로 솔직하게 말해주는 시 한편,

그 사실 안에서 우리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그 사실 안에서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것만이라도 선명히 보여주는 시 한 편이 그립다.

 

참 오래된 18세기, 런던시민들이 가졌던 시인이 한없이 부럽다.

 

에이..씨!

 

 

 

 

 

 

 

London

 

William Blake       

 

I wander through each chartered street, 

Near where the chartered Thames does flow, 

And mark in every face I meet,
Marks of weakness, marks of woe.

 

In every cry of every man,
In every infant's cry of fear,
In every voice, in every ban,
The mind-forged manacles I hear:

 

How the chimney-sweeper's cry
Every blackening church appals,
And the hapless soldier's sigh
Runs in blood down palace-walls.

 

But most, through midnight streets I hear
How the youthful harlot's curse
Blasts the new-born infant's tear,
And blights with plagues the marriage-hea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