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R. 프로스트] 가지 않는 길

발비(發飛) 2009. 3. 11. 13:58

가지 않은길

 

R. 프로스트

 

나는 노란 숲 속 두 갈래로 갈라진 길에서 서서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하며
오랫동안 한 길이 굽이 꺾여져 내려간 곳 까지
몸을 구부려 가며 멀리 바라다 보았습니다.

 

그리고선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아까 그 길 만큼 아름답고 어쩌면 더 나은 것 같기도 한 이 길은

풀들이 자라 있어서 사람의 그리 많이 안 다니는 길이었습니다.

사실 다른 길도 풀들이 자라나 있고 

이 길과 별반 차이가 없었을꺼라 생각되지만요.

 

더군다나 그 날 아침 두 길은 모두

그 누구도 밟지 않은 하얀 낙엽들로 덮여 있었으니까요.

아, 첫번째 길은 또 다른 날을 위해 남겨 두었습니다.

길이란 것이 어떻게 다른 길로 이어지는지 알기에

내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 지 자신은 없었지만요

 

세월이 흐르고 흐른 후 어디에선가

난 한숨을 지으며 이렇게 이야기하겠지요

숲 속에 두 개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난...

난 하나의 길을 따라 걸었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내게 이 시를 이야기 하시던 분은 이 곳을 다녀왔다고 했다.

두 갈래 길이 난 프로스트가 살던 동네.

 

프로스트의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두 갈래 길이 있고,

그 두 길은 너무나 평범한 ....

아무 것도 아닌 길이었다고 ...

이 시를 이야기하신 분은 처음 한 길을 걸어보았다고 했다.

그 길이 끝나는 곳에 '가지 않는 길'의 시비같은 것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가지 않았던 길을 걸었다고 했다.

그 길과 그 길은 별로 다르지 않았다 했다.

그리고 처음 가지 않았던 길과 처음 갔던 길은 만났다고 했다.

 

가지 않은 길과 간 길은 그 끝점은 같다.

인간의 삶의 끝점이 같듯이...

다만, 가지 않은 길과 간 길이 비슷하지만, 간 길은 간 길이고... 가지 않은 길은 가지 않은 길이다.

만나는 지점은 같지만,

동서남북의 작은 차이에 따라 햇살의 양이 다를 것이고,

언덕의 높낮이에 따라 걸어가는 길의 경사도 다를 것이고,

잔디가 깔린 길이냐, 강아지풀이 자라난 길이냐에 따라 발바닥 느낌도 다를 것이고,

그래서 간 길과 가지 않는 길은 다를 뿐이다.

 

다르지 않게 생긴 두 갈래 길에서 멋진 시를 만들었듯

....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어떻게 달라진거냐고 묻는다면,,, 각 자?

 

 

프로스트는 참말로 사실적인 서술만을 한다.

현재 상황은 담백하나 하나의 우주임에 틀림없다.

그저 보이는 장면 그대로 자신의 움직임 그대로를 움직였을 뿐인데 전체가 해석이 되는...

사실은 소우주임이 분명하다...

 

여기 또 하나 그런 시가 있다.

 

만남과 지나감

 

R.프로스트

 

담을 따라 언덕을 내려갔더니 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문에 기대어 주위를 둘러보고 막 돌아서려다가

당신이 언덕을 올라오는모습을 처음으로 본 것입니다

우린 만났습니다 하지만 그날 우리가 한 일은

여름날의 흙 속에 크고 작은 발자국들을 섞는 일이었습니다

마치 둘 보다는 작고 하나보다는 큰

우리 둘을 합친 숫자를 그리려는 듯이

당신의 양산은 흙먼지 속 깊이

소숫점을 콕콕 찍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동안 당신이 줄곧

흙 속에서 뭔가 미소짓게 하는 걸 보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 후로 나는 우리가 만나기 전 당신이 지나온 길을

지나갔고, 당신은 내가 지나 온 길을 지나갔습니다.

 

 

이보다 더 담백할 수는 없다.

우리의 말로 우리나라 시인이 이렇게 썼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의문스럽기도 하다.

 

한 남자가 언덕위에서 내려가려든 차에 아래를 내려다보니 한 여자가 올라오고 있다.

여름에 말이지.

여자는 남자가 이미 디딘 언덕 위 길을 걸었을테고, 둘은 좀 떨어져 있으나 둘의 발자국들은 서로 엉키었을 것이다.

여자는 아무도 없는 언덕위에서 수줍었을테고, 그래서 가지고 있던 양산으로 둘의 발자국 사이를 콕콕 찌르고 있었을 것이다.

발자국과 발자국 사이에 난 소숫점

한 사람과 한 사람 사이에 찍힌 소숫점.

하나와 하나는 둘이 되는 것이 아니라...1.1 혹은 1.5 가 되어 하나보다는 많고 둘보다는 작은 수가 된다.

(이것이 작가가 이 시에서 하는 유일한 자기 표현이다)

여자와 남자가 이야기하는 동안 여자는 남자를 바라보지 않고

땅만 보고 미소를 짓는다. 마치 그 흙속에 무엇이라도 있는 것처럼... 흙 위에는 발자국들만 있는데...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오는 두 줄... 이게 최고다!

 

'그후로, 나는 우리가 만나기 전 당신이 지나온 길을

지나갔고, 당신은 내가 지나 온 길을 지나갔습니다.'

 

둘은 스쳐서 남자는 여자가 올라 온 길로 내려갔고,

여자는 남자가 내려온 길을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대로이다... 보이는 그대로이다...

 

그런데 그 후로 남자는 여자가 살아왔던 그 동안의 시간들을 알아갔고, 여자는 남자의 지나온 시간들을 알아갔다.

둘은 함께 하지 못한 시간들을 함께 함으로써

둘이 아닌 둘보다는 작은, 하나보다는 큰 어떤 것이 되는 것이다.

 

보이는 그대로의 현재는 이렇게 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재가 우주가 아닐 수 없다...

 

 

프로스트의 시를 읽으며,

지금 이 순간 난 우주이다. 적용되지 않는 순간은 하나도 없다. 적용되지 않는 것들이 하나도 없다.

지금 이 순간, 현재가 그렇다..... 또 흔들리는 나를 우주의 축으로 세워주는 것이다. 소행성을 거느린 소우주의 축!!

 

 

 

 

 

 

 

 

 

 

 

 

 

 

 

 

 

더보기

The Road Not Taken

 

Robert Frost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