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리빙 하바나
감독 조셉 사전트 / 배우 앤디 가르시아, 미아 마에스트로 / 드라마 / 120분 / 2002 / 미국
요즘 영화를 고르는 포인트는 열정이다.
에너지가 고갈되어감을 느낄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에너지를 쓸 일이 없다면야 상관이 없지만, 살아있는 한 에너지는 써야 한다.
이렇게 그냥 두면 완전히 말라버릴 것이 뻔하다.
마중물이 필요한 때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때문이다.
열정을 가진 이를 찾으려고 검색을 하려면 키워드는 무엇일까?
열정이라고 칠 수는 없다.
"예술가"라고 친다.
가장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인간의 부류가 예술가라고 난 생각하니까...
그래서 찾은 영화.
리빙 하바나 원어로는 [For Love or Country]
쿠바의 음악인 아투로 산도발이 쿠바를 탈출해서 미국으로 망명하기 전까지의 일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열정적인 음악가인 아투로가 이념때문에 예술가로서의 자유로움을 박탈 당하고 이데올로기의 하수인으로 살아가는 동안에 겪는 갈등
그리고 이데올로시의 하수인으로서 살 수 없어 조국을 배신하고 망명을 하는 과정의 이야기이다.
처음 이 영화를 볼 때는 아투로의 트럼펫 연주와 쿠바의 음악인 콩가, 그리고 아투로만 집중하였다.
그런데 좀 시간이 지난 뒤,
난 아투로의 아닌 아투로의 아내인 마리아넬라에게 생각이 꽂혔다.
마리아넬라는 쿠바공산당원이다.
카스트로의 혁명을 믿으면서, 현재의 힘든 생활을 혁명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충실하게 공산국가의 당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녀는 카스트로를 사랑했으며,
어쩌면 사랑보다 더 강한 힘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아투로의 아내가 되어서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으나, 없으려고 노력은 했으나...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유리창 하나를 두고 보는 세상과 같은 것이라서.
투명하게 마주 보이는 세상이 그 온도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쨍하고 깨지는 것이다.
마리아넬리는 아투로에게 고백한다.
카스트로를 믿고 사랑했다고... ...
하지만 유리창을 가운데 두고 온도차가 나는 공간은...끊임없이 두 공간이 그 온도를 유지한다면 유리창은 깨어진다. 깨졌다.
망명심사를 했던 이탈리아(?) 외교관이 마리아넬리가 충성당원이면서 어떻게 마음을 그리 빨리 바꿔 망명을 선택했는지 의심했던 것처럼...
자신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바뀐다는 것은 ...
난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쿠바라는 나라의 냄새를. 흙을 바다를, 언어를 ... 그리고 리듬을,
그리고 두번째는 누구도 근접할 수 없었던 7.80년대 쿠바에 고립된 사람을,
세번째로 생각이라는 것, 이데올로기라는 것, 지금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그저 개인을 지배하는 생각이라고 하자... 그것을,
생각했다.
열정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가라앉은 나의 몸과 마음에 마중물을 삼으려 찾아본 영화.
역시 역사는,과거는, 모든 인간은 나의 거울이며 미래이다.
어디를 비추냐이다.
가라앉은 내가 문제가 아니라, 어딘가를 향해 비출 거울의 부재가 문제였던 것이다.
떨어진 거울을 주워 사방으로 비춰... 태양과 함께 각을 잡아 가장 선명히 보이는 어떤 곳을 바라보면
솟아 오는 물 기둥 한 줄기를 만날 것이다.....
리빙 하바나...
사랑 혹은 조국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