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업그레이드2] 데일리 프로젝트

발비(發飛) 2008. 11. 17. 00:49

 지난 주에 이은 업그레이드 2

이번주에는 청담동에서 약속을 했다.

 

이번 주의 프로젝트는 새로운 시각을 마케팅에 접목시킨 예를 알기 위한 것이다.

미리 고백하자면,

나의 존재감 부족으로 인해 세미나가 취소된 것을 알지 못하고 혼자 이 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애니팀의 한 감독님에게 전화를 했는데...

출판팀의 존재감부족으로 누군가가 나에게 전달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사과를 했지만...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난 단순한 사람이다.

그 곳에서 혼자 보낸 시간이 참 좋았다는 사실이고,

모두 오지 않은 그 곳에서 혼자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 참 고마웠던 시간이었다.

 

이제 혼자 보낸 데일리 프로젝트에서의 오후... 뭘 하며, 무엇에 감동했던지를 주절거려본다.

 

데일리프로젝트는 청담동 이동수 빌딩에 있는 문화컨텐츠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거창하게 말해서 그렇지 패션빌딩 안에 북카페, 거기에 격주 일요일마다 벼룩시장이 열린다.. 그것이 컨텐츠공간이지.. 뭐)

 

 

 

건물은 요즘 주상복합건물처럼 가운데를 뚫어두고 사무실들이 둘러싼 모양이다.

그 가운데서 격주 일요일마다 주말 벼룩시장이 선다.

주로 옷과 신발, 악세서리같은 것들을 팔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파는 물건도 별로 없었고, 살 물건도 별로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뭔가 기념삼아 구입할 거리를 찾다가...

결국 내가 잡은 것은 머리를 해부할 수 있는 인형이다.

머리를 뜯으면 머리 안의 뇌를 볼 수 있다.

다소 엽기적이지만, 흥미로웠다.

 혹 두통이 있다면 저 머리를 뜯어볼 것이다.

그럼 두통의 원인을 나의 심리적인 문제로 몰아부치지 않고 머리 속 뇌가 받고 있는 물리적 고통이라고 객관화 시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아주 사랑스러웠다는...

집으로 올때까지 두 손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아...

그리고 이제 부터 나의 감동이 시작된다.

내가 생각하는 감동은 그 말의 의미가 좀 다른 듯...--> (감동: 느낀바가 있어 마음이 움직임.)

1층과 2층에 북카페가 비슷한 것이 있는데, 그 곳에는 패션잡지와 사진집, 그리고 네이버추천도서들이 몇 권 비치되어있다.

혼자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곳이라 ...사진집들을 한 권씩 꺼내 구경하기 시작했던 거지.

 

 

 

앤디 워홀의 사진집이다.

정확히 앤디 워홀이 작업한 사진집이 아니라 앤디워홀의 정황? 이라는...

 

그가 작업을 할 때의 앞 뒤 정황들이 슬로우 컷들처럼 소개되어있다.

그가 어떤 식으로 작업을 했던지 좀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었다.

워홀은 팝아티스트라고 말하며 회자되긴 하지만, 그가 진정한 예술가로서 인정을 한다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아직도  그 의견이 분분하다.

매력적이었다.

사진 속에 있는 그는 대부분 무표정이었는데... 그것은 마치 인물화를 그리는 화가 앞에 앉아 있는 모델과 같다는 느낌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화가이고

그는 그들의 모델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

그래서 그가 팝아티스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

 

멋지다거나 감동(이때의 감동: 우리가 대개 말하는 그 감동으로 가슴이 울컥하며 심신이 동의 한다는 뜻)을 준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의 노고를 인정하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한 이 장면.

앤디워홀과 살바도르 달리가 만난 장면.

앤디워홀이 달리와 찍은 사진들을 보며 달리의 실존을 깨달았다.

난 달리를 참 많이 좋아한다.

달리는 "나, 달리는 천재다"라고 말했고, 난 그런 그의 말에 "맞습니다! 당신은 천재입니다!" 하고 맞장구를 친다.

그 달리를 앤디가 만났고,,

그것도 내가 본 어느 달리보다 더욱 실존적인 모습이다.

달리는 내가 본 어느 달리 보다 늙은 모습이고, 더구나 그의 머리숱은 많이 빠졌고,  손등에는 검버섯이 제대로 깔렸다.

천재인 달리는 사람들이 늙어가는 수순을 따라 늙었었구나... 그도 인간이었구나.

인간이면서.. 머리의 크기가 나와 같은 인간이면서 그 머리속에서.. 가슴속에서 나온 상상과 열정이 모여 획기적은 미술작품들을 만들어 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이번에는 정말 감동했다.

나도 모르게 소리가 밖으로 나와 입을 몇 번이나 막았다는....

 

그런데... 잠시 딴 소리를 하면

늙은 달리는 내가 또 추앙하는 가수 전인권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며....

킥킥거릴 수밖에 없었다.

내 취향이 이런 스따일인가 하며.... 잠시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남자로 본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였다.

 

 

몇 권의 사진집들을 더 보았다.

신디 셔만?

한번도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사진들을 본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사진집을 넘기다 나도 모르게 하나의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다.

아무도 들려주지 않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느낌...

제가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보자는.. 생각으로 주절거려본다.

 

 

여자가 운다.

운다...

 

 

이른 새벽 여자는 길을 떠난다.

벗어나야 한다.

 

 

지난 밤 짐을 싸는 여자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갈등이라는 말, 바로 이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짐싸는 여자....

 

 

여자는 상처받은 순간을 생각한다.

인간인 여자는 몸과 마음이...

여자는 무엇과 무엇으로 이루어진 존재인가?

 

 

여자가 기도했던 마리아.

그녀는 인간이었던가?

마리아의 가슴에 인조가슴이 붙었다.

불룩한 가슴은 아이에게도 필요한 것이고, 여자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필요(필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

 

 

여자는 가슴을 붙이고, 다리를 붙이고, 팔을 붙이고, 몸의 모든 것을 밀랍.. 프라스틱으로 덧붙인다.

 마지막으로 얼굴까지...

이때쯤이면 붙인 것이 아니다.

이미 프라스틱여자되었다.

프라스틱이 된 여자는 그제서야 여자의 느낌을 완벽하게 느낄 수 있다.

프라스틱 몸은 마음의 결을 감지할 수 없었다.

몸은 몸으로만 자유로울 수 있었다.

슬픔이 없어졌다.

눈물이 멈췄다.

 

 

여자의 손과 발은 여자가 새벽버스를 기다리던 산기슭 어디에서 부패를 기다리고 있다.

 

난 이 사진집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상상이다.

 

멋진 경험이었다.

내게 새로운 세상이 있음을 보여주는 듯,

생각하기에 따라 세상이 우주임을 잊지 말라는 듯,

한 권의 사진집을 몇 번이나 앞으로 한 번, 뒤로 한 번... 또 앞으로 뒤로... 보았다. 들었다.

 

 

데일리 프로젝트.

 

세미나가 취소되었었다.

난 그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 곳에 홀로 있었다.

그 곳을 미리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한 시간 전에 도착해서 어두울 때까지 있었다.

앤디워홀의 번뜩이는 눈을 보았다.

천재 달리가 천재이기에 앞서 인간이었던 것을 보았다.

슬픈 여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더 바랄 것없이 충만했다.

 

업그레이드 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