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대로 詩

[최승호] 아무 일 없었던 나

발비(發飛) 2008. 7. 7. 22:17

아무 일 없었던 나

 

최승호

 

죽음 너머

내가 태어나기 전의 고향

 

아무것도 없이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서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일 없었던

 

그 無一物의 고향으로 가는 문짝이

지금 내 안에서 퀴퀴하게 썩고 있다

 

 

얼마나 살면 이런 화두를 만날 수 있을까?

 

지금의 삶이

삶가운데 어디쯤인지 시인처럼 알아챌 수 있을까?

?

 

내 삶 이전의 삶이 순백처럼 하얗다.

아무 것도 없는, 나도 없는,

그래서 그림자조차 없는..

도무지 아무 것도 없는 길을 가려한다.

 

누구나...

간다...

 

삶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려면,

시인은 희망을 준다.

지금의 삶이 썩은 내를 풍기는 것은 그 곳으로 가기위한 완벽한 산화임을 알려준다

퀴퀴한 냄새

제대로 풍기면서

이 삶에서 제대로 썩어줘야만

삶 이전의 삶

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순백의 삶

아무 것도 없는 삶

무위의 삶/ 무동의 삶/ 무체의 삶/ 무욕의 삶/ 무심의 삶

.

.

정말 아무것도 없는,

제대로 푹 썩이고 나서 아무일도 없었던 내가 되어 돌아갈 삶 이전의 삶.

 

그것은 희망이다

지금 내게서 나는 썩은 내는 그 길을 가기 위한 희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