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대로 詩

[옥타비오 빠스] 상호보조 Complementarios

발비(發飛) 2008. 5. 21. 11:30

상호보조 Complementarios

 

옥타비오 빠스

 

나의 몸에서 너는 산을 찾는다

숲 속에 묻힌 산의 태양.

너의 몸에서 나는 배를 찾는다

갈 곳 잃은 밤의 한중간에서.

 

다시 출근길의 발이야기다.

 

비가 오는 아침길이었다.

여전히 난 아침에만 큰 구두를 신고 있었다.

언제나 덜컹거리는 왼쪽 발과 아침이면 덜컹거리는 오른발을 교차로 디디며 물기많은 길을 걸었다.

비가 튀면 안되니까

어느때보다 발가락에 힘을 더 많이 주고서...

전철역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힘이 들었다.

걸음걸이의 모양새도 이상한 듯 느껴졌다.

 

누군가 내 뒤를 따라오고 있다면, 난 마치 오리처럼 보일거야.

절대 뒤를 돌아보고 싶지 않았다.

 

전철을 타고 내려

회사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발에 대한 긴장을 풀고 걸었었나보다.

구두에서 발이 덜컹하며 쑥 빠졌다.

그러더니 발이 다시 쑥 들어갔다.

마치 슬리퍼를 신은 것처럼 발이 들락날락했다.

걷기가 쉬웠다.

 

생각했다.

슬리퍼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럼 발에 힘을 주지 않고 그저 구두는 구두대로 제 리듬을 타고, 발은 발대로 제 리듬을 타고

그렇게 만났다가 떨어졌다가

들락날락하며 걸음을 옮기면 되겠다고...

 

같은 길을 같은  사람이 같은 신발을 신고 걷는다.

내 몸의 질량과 부피때문에 나의 걸음새가 달라진다면,

그때는 나의 역할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신고 있는 구두가 다른 것이라고 밀어붙이자.

다른 것을 신었다고 밀어붙이자

 

슬리퍼로 신은 구두를 슬리퍼를 신은 듯이 끌고 걸음을 걷자

발이 가볍다

몸이 가볍다

발가락도 편했다

내 몸이 편하자 마음도 편했다

마음이 편하자 난 내가 신은 구두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이 없어졌다.

 

그리고

자유로웠다.

 

옥타비오 빠스의 시를 다시 읽어본다.

 

나의 몸에서 너는 산을 찾는다

숲 속에 묻힌 산의 태양.

너의 몸에서 나는 배를 찾는다

갈 곳 잃은 밤의 한중간에서.

 

너와 내가 같은 '나' 라고 생각해보자.

 

하나는 실재하는 나이고, 하나는 지향하는 나인, 너이고,

하나는 감성의 나이고, 하나는 이성의 나인, 너이고,

하나는 결여의 나이고, 하나는 과잉의 나인, 너이고,

 

내 안에서 있어야 하는 나와 내 밖에 있어야 할 '너'는 서로를 향하여 제 모습이라 한다.

나인 '너'는 저가 원하는 모습이 나에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태양이...언제나 밝게 빛나길 끊임없이 바래 태양이 나이길 원하는 너.

 

그런 너에게 난,

세상 밖에서 움직이는 나인 '너'에게 갈 곳 잃었다며... 목적하는 어딘가로 안내해 줄 '너'라는 배를 찾는다.

나인 '너'가 바람이 부는 곳이더라도, 파도치는 곳이더라도 나를 온전히 내가 원하는 목적지로 데려다 줄

배를 나인 '너'에게 찾는다.

 

시인은 상호보조... 라고 한다.

상호보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나'인 나와 '너'인 나의 상호보조 혹은 상호보완

항상 존재하는 상황에

두 개의 내가 서로를 절충하고, 서로를 타일러서...

평화로움이 되도록...

그렇도록...

 

발에 잘 맞는 신데렐라의 구두면 어떻고

덜컹거려서 벗겨지는 구두면 어떻고

꽉 끼어 발이 구겨지면 구두면 어떻고...

 

모두가 같은 구두이면, 같은 길을 걸으며, 같은 내가 신는 것이지....

그런 생각을 비가 내린 아침에 슬리퍼같은 구두를 신고 걸으며 생각했었다.

뛸 수는 없었지만, 회사에 잘 도착했었다.

 

그럼 됐지? 뭐가 문제야?

 

목계!!!!